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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Jul 14. 2022

아이에게 해 주고픈 한 마디 1

네 잘못이 아니야.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나를 깊게 만나는 과정이다.

머리로 아는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와 실제로 내가 아이에게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고

순간순간 나도 몰랐던 불편한 나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늘 아이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참으로 어렵고 껄끄러운 과정이다.


내 아이를 나의 성적표로 생각하기도 하고 나와 분리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바라는 것도 많다.

공부도 잘하면 좋겠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였으면 좋겠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또렷하게 있었으면 좋겠고.... 등등의 바람.


대학에서 교육학을 배우면서 우리 부모님이 나를 키우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교육학을 조금도 배우지 않았을 부모님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참으로 신기하게 교육학 책에 나와있는 명확한 방법으로 교육하셨다.


'정서적 지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집이 아니었으니 금수저 은수저는 아닐지언정 나는 늘 풍족하게 정서적 지지를 받고 자랐다.

어려움을 토로하였을 때 깊이 공감받고 이해받았던 경험.

외부 자극에 민감한 사람인데 흔들림 없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응원하셨던 그 경험.

그런 경험들이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내 아이를 만날 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말했듯이 '머리'로 아는 것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아 더 괴롭고 미안할 때가 많기는 하지만.


다짐하는 의미로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영어 단어를 외우듯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외우듯이 외워서라도 사용해야겠다.

 


네 잘못이 아니야.


정말 감동적인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숀 교수( 로빈 윌리엄스)가 마음에 상처를 가진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만 하는 천재 아이 윌(맷 데이먼)에게 끝까지 해 준 것으로 유명해진 말. It's not your fault.


처음에는 아이의 눈을 보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니 윌이 '네, 알아요'라고 대답하는데 교수가 '아니야, 넌 몰라'라며 끊임없이 아이 앞에서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는 교수가 계속 눈을 바라보며 말을 해주는 것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가 어느 순간 화를 내고 그리고 이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상처에 닿았다. 그리고 아이처럼 엉엉 울며 교수에게 안긴다. 꽁꽁 싸매 놓았던 상처를 쓰다듬는 말.  


아이들은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나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친구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발표하는 것이 두려운 소극적인 성격의 아이도

공부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도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아이들은 그것이 모두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불화마저도 다 자기 탓으로 생각하지 않은가.


알면서도 아이가 위축되어 있을 때, 상처받아 있을 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 대신에

이럴 때에는 네가 이렇게 했었어야지. 그렇게 행동하면 애들이 싫어해.

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손가락이 항상 아이를 향해있다.

아이가 스스로를 탓하기 이전에 이미 부모인 내가 먼저 아이를 규정하고 충고라며 탓한다.

 

아마도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그 순간 나는 아이의 마음보다 남들이 우리 아이를 평가할까 두렵지 않았을까.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보통 그런 일이 친구 사이에서 종종 일어나. 친구가 네 생각과 다르게 반응해서 당황스러웠겠다.

라고 말해야겠다.


이 말에는 다친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우선되어 있지 않은가.


오늘 내 아이에게 해 줄 한 마디. '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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