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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Aug 10. 2022

건강검진하러 가는 길에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숙제, 건강 검진.

지난주 토요일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건강 검진을 하러 나섰다.

아이들 어릴 때는 우리 둘 함께 이른 시간에 나오는 것을 할 수 없어서 검진 시간 잡느라 무척 애먹었는데

이제는 전 날 아이들에게 말만 하면 오히려 천천히 와도 된다는 응원(?)을 받으며 나갈 수 있게 되었으니... 참 많이 컸다.



3년 전

큰 아이가 10살, 작은 아이가 7살이던 6월쯤 처음으로 아이들을 두고 주말에 하루 내내 다닌 적이 있었다.

이사할 집을 찾는다며  볼 집들을 모두 예약해서 그날 모두 보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둘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두고 오기는 했는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지도 못하게 한 아이들이었는데 과연 주말에 있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날이 처음 아이들을 두고 나온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개사와 함께 있는 중에 지금 지나가는 이 길에서 큰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그릇을 꺼내다가 손끝에 닿지 않았는지 그릇을 놓쳐서 깼다는 전화였다.

사실 무척이나 놀랐는데 아이도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아서 차분하게 물었다.


"많이 놀랐겠다. 다치진 않았어?"

"응, 놀랐는데 다치진 않았어. 동생도 근처에 없었고 나도 안 다쳤어."


"엄마가 그릇을 아래에 놓고 왔어야 했는데 생각을 못 했다. 작은 조각들이 많이 있을 테니까 그 근처에 가지 마. 엄마가 가서 치울게"

"응, 알았어. 미안해 엄마."


전화를 끊고 보니 중개사분께서 매우 놀라셨다.

아이가 그릇을 깼다는데 엄마도 아이도 너무나도 태평한 것이 아니냐고.

(집에 가서 보니 아이가 신발을 신고 빗자루로 그릇 조각을 치워놨더라. 이럴 때 나는 마음이 짠하다. 왜 위험하게 했냐는 물음에 배시시 웃는 아이. 이 아이 마음은 늘 나를 널뛰게 한다)




아이들 자는 중에 나와 이 길을 걸으니 새삼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느껴진다.


"기억나? 그때 우리 애들 두고 처음 나온 날? "


"응, 기억나지. 하필 그날 그릇이 깨져서 미안하고 걱정됐었지."


참 덤덤한 부모들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은데 또 한참 전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앞으로 3년 뒤, 아이가 중3이 되었을 때 또 어떤 느낌일까.







숙제인 건강 검진을 하다 보니 2년 전보다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을 알겠더라.


원래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저혈압과 위염뿐만 아니라 시력도 훨씬 안 좋아지고 근력은 뭐 없다시피하니...


 남편은 운동도 거의 안 하는데 근육량이 엄청 높다. 부럽다. 타고났구나.


꾸준히 계속할 만한 취미 운동을 아직도 못 찾았다. 무엇을 해볼까?


(우선 하고 있는 필라테스나 빠지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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