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처럼 아이도 주기적인 마음 검진이 필요합니다.
진수는 조용하고 모범적인 남학생이었습니다. 크게 친구들 앞에 나서지 않지만,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고 수업 시간에 발표하거나 생각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모든 교과 수업에서 성실하게 잘 따라오는 학생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학생들에게는 세심한 눈길이 가지 않습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여겨서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에게 더 관심을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이 점심을 먹을 때도 이야기를 나눌 때도 아이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름 방학이 지나고 진수가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님의 말씀으로는 방학 때 마트에서 쇼핑하는데 배가 자꾸 아프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내과에도 가보았는데 별문제가 없다고 하길래 그냥 넘기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꾸 배가 아프다고 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잘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음식을 넘기려면 목이 까슬까슬하고 아프다고 하여 급식도 먹을 수 없고 어느 순간에는 물도 삼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은 1-2달 동안 일어난 일이고 진수는 10kg 가까이 빠졌고 2학기의 거의 대부분을 입원해서 지냈습니다.
부모님은 당황하셨고 이곳저곳의 병원에 다닌 끝에 아이가 마음이 매우 아팠다는 것을 알게 되셨습니다. 2~3학년 때 가정에서 생긴 여러 가지 문제들로 아이가 상처를 받았는데 꼭 눌러 담았다가 어느 순간 터진 것입니다. 이후 아이의 상담과 가족 상담 치료를 계속 병행했고 2학기 말 종업할 때 진수는 다시 조금씩 먹기 시작하고 기력을 회복해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저도 참 놀랐고 진수가 아프게 나니,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자책도 했습니다. 착한 아이라서 모범적인 아이라서 상처 받은 것을 말로 하지 못하고 마음속 어딘가에 넣어 두었던 모양입니다.
사람의 몸은 모두 연결되어있는 유기적인 구조입니다. 마음이 불편하고 힘든 아이는 공부를 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을 돌보고 살피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돌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공부에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진수처럼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하고 몸이 아픈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뇌과학자 풀 맥린 박사는 우리의 뇌를 3층으로 된 집과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1층에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뇌간이 있고 이는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2층은 포유류의 뇌라고 불리며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있습니다. 3층은 이성의 뇌라고 불리는 대뇌피질이 있는데 이는 위치에 따라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으로 나뉘고 이성뿐 아니라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담당합니다. 뇌는 3층 구조 사이에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위협이나 수치심, 불안과 같은 감정적인 상황을 지속해서 느끼게 되면 전두엽으로 가야 할 피가 1층인 뇌간으로 내려갑니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불안, 걱정, 화와 같은 감정의 문제에 집중하게 되면 전두엽이 작동되지 않고 전두엽의 역할인 집중, 기억, 문제해결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공부 이전에 아이의 마음, 감정 상태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매년 초등학교 1,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 정서 행동특성 검사를 실시합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본인의 설문조사(AMPQ-Ⅲ)와 담임교사의 설문조사를 통해 실시되는 반면 초등학교의 학생 정서 행동특성검사(CPSQ-Ⅱ)는 학부모 설문조사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객관적인 학생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의 같은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한 학부모님께는 내 아이의 행동이 매우 문제 행동으로 비치기도 하고 다른 부모님께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정서 행동특성 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 상태에 당황하거나 놀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초등학교 때에도 아이의 마음 상태에 대하여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KEDI 인성 검사는 보통 학교나 학급에서 교사가 인성프로그램을 활용한 전후의 아이의 변화 상황을 확인하기 위하여 사용하지만 개인의 검사를 위해서도 사용 가능합니다. 한국가이던스 홈페이지에 가면 몇 개의 온라인 무료 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몇 해 전 아이들과 LCSI성격 검사를 해보았는데 개인의 성향과 특성, 현재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 아이를 알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도전성, 사교성, 수용성, 신중성, 안정성, 자아개념, 학구욕의 7가지 성격 특성을 그래프로 나타내어 자신의 성격 특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개인별 생활 건강 수준이나 심리적 긴장 수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심리 검사는 일 회에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확인해 보며 아이의 마음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현재 마음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옵니다. 같은 검사지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 아이의 심리 상태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자아개념과 학구욕이 높았었는데 이번 검사에서는 자아개념이 낮아지기도 합니다.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의 학교 생활과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하듯 정기적인 마음 상태의 챙김도 중요합니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공부를 할 준비가 된 아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