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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Nov 26. 2020

오래 준비해온 대답

나에게는 어려운 자유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볕이 굉장히 뜨거운 8월의 한가운데

광화문 교보문고 안에서였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을 들고 읽을 때는 마냥 함께 여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시칠리아라는 곳이 궁금하기도 하고 상상만으로도 이탈리아 어딘가에 함께 있는 것 같았는데

찬 바람이 부는 지금 다시 읽는 이 책은 그 맛이 다르다.

우선, 첫 장을 넘기는데

마흔이 되어 꽤 많은 것을 이루었다는 작가의 고백에서

'헉' 벌써? '우와, 대단하다.'와 같은 현실적인 부러움.

그리고 그것을 모두 버리고 정착민이 아닌 이주민의 삶이 되어 떠난다는 

여행의 동기 부분에서 나는 꽤 오래 머물러 있었다.

자유로워 보이고 부러운 그 모습이

사실 나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큰 변화의 가운데에 와이프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니

'그냥 소설 써'

와우!

교수도, 라디오 DJ도, 서울의 집도 포기하고 

'내가 너를 아는데 힘들어 보여'라는 그 말,

사회생활을 하고 또 결혼을 하고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일'이어서라기 보다

'내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그래서 힘들어도 조금 덜 행복해도 묵묵히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아닌 것 같으면서 놓지 못하는 그 끈을 옆에서 과감하게 놓으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배우자에 대한 깊은 믿음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회적인 직책들을 내려놓고 유랑하는 듯한 부부의 삶.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날마다 새로운 풍경을 맞이하며

항상 낯설게 살아가는 삶.

나는 언제쯤 가능할까.  

결혼 전 나의 희망은 60이 넘어서 손 잡고 외국 여행하기

부부 모두의 건강과 삶의 여유 그리고 함께 잘 살아왔어야 가능한 일.

아직도 그것을 희망하지만 더 빠른 시기에 낯선 여행을 하고 싶다.

작가가 오래 기다려온 대답으로 시칠리아를 이야기한 것은 사실은 시칠리아로 시작되는 그 자유의 삶을 오래도록 기다려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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