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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쌤 Dec 11. 2020

[그림책 추천] 고함쟁이 엄마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


'짜증 나'


처음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내뱉은 한 마디.


엄마의 죄책감을 갈아 넣어 만든 책인 것 같아 그냥 불편했다.


아이들의 그림책이라지만, 아이에게는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엄마가 백~! 소리 질렀다.


아이가 온몸이 흩어져버렸다.



이 그림,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엄마의 화로 아이는 영혼이 모두 망가진 것 같다. 


온몸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아이는 던져진 자기의 몸을 하나씩 찾으러 다닌다.


날개도 찾고 싶지만 날지 못하고, 머리를 찾고 싶지만 눈이 없어서 잘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살펴보니


아까 나를 산산조각 나게 한 엄마가 어디선가 다 나의 몸 조각을 모아 한데 꿰매고 있다.


아이를 산산조각 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엄마.


그 아이를 다시 꿰매어 원래의 모습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엄마.



그리고 마지막,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한다.



아이에게 미안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엄마.


그 둘은 아무렇지 않게 큰 배를 타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음... 불편해.


제목부터 고함쟁이 엄마다.



큰 아이를 키울 때, 가끔 아이가 너무 밉다는 선배 언니들의 투정을 듣다 보면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의아했다. 

나는 아이가 너무 예쁜걸? 이라며 혼자 자만했다.



어느 순간이었다. 

나도 아이에게 버럭버럭 화를 내고 있었다.

내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순간이었다.


그러고 나면 엄청나게 죄책감이 밀려온다.

아이가 뭘 안다고.. 

뭘 그렇게 화낼 일이었나...


저녁에는 누워서 '엄마가 미안해'를 연발하는...

아이가 '괜찮아, 용서해줄게'라고 말하는 고해의 시간들.



육아를 하는 것은 정말 내 안에 있는 많은 단점들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며

내가 인간으로서 참 많이 부족함을 순간순간 느끼게 해주는 것.


굳이 이런 책이 아니더라도 항상 마음 한편 미안한 마음.

아이가 행여 좀 어긋나는 것 같으면 다 내 탓 같은데.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를 왜 이렇게 그림책으로도 강요하는가.


짜증 난다면서도 슬며시 이 책을 구매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큰 아이, 둘째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했다.


짧은 책, 짧은 순간에


'나도 이런 적 있어'

'맞아, 엄마가 이렇게 소리쳤어'라고 말하면 어쩌지..라고 긴장하고 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늘 고함쟁이 엄마였다면 어쩌지?



심판받는 기분으로 기다리는 나.

'웃기는 책이다' 

'날개를 다른 동물이 하고 있네'라는 별다르지 않은 반응.



나는 책을 읽고 가시처럼 쿡쿡 찔렸는데 아이는 나만큼 찔리지 않나 보다.


그보다 함께 가져온 다른 그림책에 정신이 팔려 휘리릭 넘어갔다.



휴.....


엄마가 되는 길은 하루하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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