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가족의 햄스터 병원 진찰기
우리 집엔 4명의 겁쟁이가 산다.
아니라고 서로 우기지만,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슬금슬금 피하는 상 겁쟁이들이다.
그런데, 우리 집 둘째가 동물을 참 사랑한다. 무서워하지만 좋아한다.
그 아이가 작년 4월 계속 졸라서 햄스터를 키우기 시작했다.
정말 작고, 하얀 펄이었는데 무서워서 벌벌 떠는 모습이 안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지도 마련해주고, 베딩도 신경 써주고, 모래 목욕을 할 수 있게도 해주고 음식도 이것저것 준비해서 주었지만 단 한 가지 우리는 핸들링을 할 수 없다.
주변에서 처음부터 핸들링을 해야 한다지만, 우리는 아무도 햄스터를 손으로 들지 못한다.
케이지 속에 있는 아이를 쓰다듬는 것이 우리의 한계치이다.
그래도 꼬박꼬박 집 청소해주고 잘 챙겨주고 이름을 불러주지만.... 터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겁쟁이 중에 그나마 용감하다는 아빠가 케이지 청소를 할 때 아이를 다른 곳에 옮기는데 그때도 통에서 통으로 옮길 뿐 손을 닿을 수는 없다.
그런 곱게, 귀하게, 만지지도 못하고 키운 햄스터 코코가 한 두 달 전부터 오른쪽 다리가 빨갛게 붓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라며 걱정했지만 또 저녁에는 신나게 쳇바퀴를 돌리기에 괜찮은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른쪽 다리가 점점 부어서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불편하고 아파 보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 가족에게 큰 결단이 필요했다.
난생처음, 동물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우리는, 햄스터를 못 만지는데 병원에 어떻게 데려가지? 라며 고민 끝에
케이지채로 들고 동물병원에 갔다.
보호자 이름을 말하고, 아이 이름을 말하는 것이 딱 오랜만에 소아과에 온 느낌이었다.
우리 집 햄스터를 의사 선생님이 너무도 쉽게 만지며 상태를 보시는데
'이렇게 순하고 낯가림 없는 아이는 처음 본다, 성격이 너무 좋다'며 연신 칭찬하시는 것이다.
괜히 내 아기 칭찬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루에 두 번 항생제 약을 주라며 주사기와 약을 주시는데
살며시... '저희는 못 만져요 '라고 고백했다.
이렇게 성격 좋은 아이를 왜 못 만지는지 의아해하시며
혹시 어려우면 식빵에 약을 녹여 먹이라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 햄스터 케이지에 둥글게 모여 앉아
한 번 만져볼까? 약을 먹여야 하잖아 라며 심각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너무 쉽게 만지길래 용기가 생겼는지 첫 째가 시도해보았지만
자기를 만지려는 손길이 느껴진 햄스터가 홱 뒤를 돌자 우리는 또다시 깜짝 놀랐다.
겁쟁이 중에 가장 덜 겁쟁이 아빠가 용감하게 잡고 엄마가 약을 먹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햄스터는 안 만지던 우리가 거칠게 만지자 싫었는지 소리를 질러댔다.
아, 이런 약을 하루에 두 번 2주간 주어야 한다니.
아빠가 재택이 아닌 날은 아침에 약을 어떻게 주지?
고민에 고민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적응되었는지 다음 날 아침부터는 케이지에 약을 넣은 주사기를 들이밀면
코코가 놀다가 나와서 약을 쭉 빨아먹는다.
와, 우리 아기 똑똑하기까지 하다.
코코 입장에서도 우리끼리 난리 치는 것보다 본인이 스스로 먹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고맙다, 코코 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