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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꽃처럼 예쁜 너

by 라온쌤

25살에 만난 13살의 띠동갑 제자가 결혼한다.

그해 졸업한 6학년 아이 중 두 번째 결혼식 참석이다.

제자의 결혼식에 처음 갔을 때, 나 혼자 참 설렜더란다.


6학년 귀여운 녀석이, 쌤~ 쌤~ 하며 선생님을 놀렸던 녀석이 누군가의 부인이 된다니.

그 결혼식을 가는 마음이 참 어색하기만 했다.

유독 나를 잘 따랐던 그 두 명은(처음 결혼한 아이와 오늘 결혼한 아이) 나의 자취방에 5월 1일에 놀러 와서 5월 5일 어린이날 준다고 만들고 있었던 사랑의 약봉투를 함께 만들었고 수고했다며 함께 시켜 먹던 짜장면과 탕수육을 아직 기억한다.

부엌살림을 보며 잔소리를 늘어놓고 나의 부끄럽고 미숙하기만 한 그 시절을 기억하며 고마워한다니.

듣기만 해도 부끄럽다.


15년 전인데 졸업식에서 나에게 인사하셨던 제자의 어머님도 기억이 난다.

선한 얼굴로 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그 어머님께 오늘은 내가 먼저 가서 인사드린다.

안녕하세요. OO 어머님이시죠~

라는 나의 말에

'어머, 선생님! ' 하며 나를 기억해주신다.

나는 괜히 또 핑 하고 눈물이 돈다.

저쪽 결혼식 로비에서는 먼저 결혼한 제자가 15개월 딸을 안고 "쌤~'하며 부르며 다가온다.

그 친구도 오늘 결혼한 친구도 참 예쁘다.

그 아이들의 인생에 스치는 1년인데 긴 시간 동안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해주는 것이.

이렇게 예쁘게 자란 아이의 인생 가운데 내가 잠깐이나마 있다는 것이.


신부가 아빠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꽃처럼 예쁘고 또 지혜로워 보인다.

귀엽고 착했던 13살 그 아이와 겹쳐 보인다.

먼저 결혼한 친구의 축사와 축가를 들으며 나는 괜히 또 울컥한다.

제자의 결혼식을 보는 마음은 참 감사하면서도 중간중간 몽글몽글 목구멍을 간지럽히며 올라오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제 우리 다 같이 유모차 끌고 만나자.



교사라는 직업은 정말 귀한 직업임에 틀림없다.

사람을 그중에서도 가장 예쁘고 순수한 어린이를 만날 수 있는 직업이니 말이다.


2월, 몰아치듯 바쁘고 정신없었고 또 한 편으로는 긴장되지만

내일 또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날 시간이다.


1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교사의 시작은 3월 2일이다.

15년 뒤에도 기억에 남을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줄 수 있는 교사로 남기를.

그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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