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교는 작년과 또 다르다.
우선, 3월 2일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은 전면 등교를 하게 되었고
다른 학년도 등교 수업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 중이다.
시간차를 두고 전체 등교를 하는 학교도 있고(오전, 오후 등교처럼)
3-4학년, 5-6학년이 돌아가며 주 2회, 주 3회를 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도 홀수 주는 주 2회 등교, 짝수 주는 주 3회 등교를 하고 등교하지 않는 수업일에도 등교 일과 똑같은 시정으로 줌 수업을 진행한다.
6교시 수업 모두 줌으로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5학년 줌 수업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줌 수업에 1년 동안 노출되어 있다 보니
수업을 듣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첫 주부터 수업 듣지 않으면서 듣는 것처럼 얌전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과의 눈치 대결을 시작한다.
혹시 아이가 줌 수업을 하니 이제 좀 수업을 잘 듣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는 것.
첫 째, 유독 잘 튕기고 끊겨서 안 들린다고 한다.
줌이 대면 수업이 아니다 보니 아이들의 기기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유독!
튕겨서 나갔다가 한 참 있다 들어온다거나( 참여인원수를 확인하지만 27-28명이 모두 다 있는지 매시간 확인하는 것은 참여 인원수만 보고 있어야 가능하다)
활동한 것을 들어보라고 하니 '선생님, 말하실 때 끊겨서 잘 안 들렸어요.'라고 말한다.
채팅으로 다시 전달 사항을 안내하고 다 한 후에 줌에서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수업을 듣는다.
둘째, 소회의실은 놀이하는 곳
국어 수업에서는 특히 친구들 2-3명과 문제를 만들어봐라. 글을 쓰고 친구들끼리 돌려 읽고 소감을 적으라는 등 모둠 활동이 많다. 27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하기 힘드니 3명씩 짝을 만들어 소회의실에서 활동하도록 했다. 활동이 끝난 후 다시 모여 서로 발표를 하기로 했는데 자꾸, 소회의실에서 시간이 부족해서 활동을 다 하지 못했다는 아이들이 생긴다.
학년 초이고 하다 보니 조금 속도가 느린 아이인가 보다 생각하고 넘겼더니, 같은 소회의실 했던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시간 만화책을 봤다고...
그럼 왜 이야기하지 않았냐니까, 아직 그 친구랑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랬다고
모둠 활동을 하기 위한 소회의실이 몇 아이들의 휴게공간이 되어버렸다.
셋째, 화면을 보는 시선이 좀 다르다.
줌 수업을 하면 우선 공유 화면을 많이 쓴다. 수업자료라던지, 교과서를 공유 화면으로 해 놓고 함께 보며 판서하고 설명하기도 한다. 공유 화면을 볼 때는 잘 모르다가 선생님이 설명한 것을 공책에 적어보라던가, 교과서에서 무엇인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 아이는 그대로 얌전히 화면을 보고 있다. 너무 진지하게 보고 있어서 정말 수업 듣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OO야~ 교과서에 적어야지'하면 흠칫 놀라며 교과서를 두리번거리며 페이지 수를 찾는다. 그런데 이 때도 사실 잘 모르니까 펴 놓는 척만 한다. 'OO야~ 다 했으면 보여줄래?' 하면 그때서야 '선생님, 아까 끊겨서 못 들었어요.' 레퍼토리가 시작된다.
반대로 굉장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영토 분쟁과 같은) 혼자 배시시 웃는 경우도 있다. 잠깐 말을 멈추고 아이를 살펴봐도 아이는 본인을 보는 줄 모른다. 이어폰을 끼고 앞을 보고 있는데 분명 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지는 않다.
넷째, 머리 꼭대기만 보여준다.
얼굴이 모두 나와야 수업 참여 인정이라고 여러 번 말해도 정수리만 보인다.
카메라를 아래로 내리라고 해도, 카메라 조정이 안된다. 이게 최대이다. 라며 버틴다.
결국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계속 그 아이 이름을 부르며 얼굴 보여달라고 애원해야 한다. 그러다 시간마다 할 일 개별 확인하니 그제야 얼굴이 보인다.
다섯째, 수시로 비디오를 끈다.
수업 중에는 비디오를 끄지 않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수시로 블랙아웃이다.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선생님의 확인 방법
1. 활동 후 개별 확인- 확인된 사람은 비디오 끄기
6교시 줌 수업을 2주 하고 나니 요령이 생겼다. 아이들은 얌전히 잘 듣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안 듣고 있는 경우도 제법 많다. 27명 중 활동한 것을 들어보라고 했을 때 10명은 이제 막 시작해야 하는 단계이다. 그것도 선생님이 검사한다고 하니 이제 시작하려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설명을 안 들었으니 어떻게 하는지 다시 물어본다. 매 시간 활동 후
T :자, 여기까지 완료된 사람은 선생님께 보여주고 비디오 끈 후 2교시 책과 공책을 준비해주세요.
활동했다고 보여주는 아이들에게 카메라 가까이 활동 내용 보여주라고 하고 꼼꼼하게 검사한 후 비디오를 끄라고 한다. 그러면 아직 하지 않은 아이들이 보인다.
매 시간 거의 같은 아이들이다.
이렇게 4교시까지 하면 그 이후는 아이들이 딴짓하는 게 줄어든다.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줬는데도 못하면 방과 후에 다 하고 가라고 한다.
그 날 수업한 내용은 그 날 하고 가기!
2. 활동하는 것을 카메라 내려서 손이 보이게 하기
또 다른 방법은 카메라를 아래로 내리도록 한다.
만들기를 하거나 리코더를 할 때와 같은 경우 대충 손 모양만 움직이면서 하는 것 같은 모양만 취할 때 많다
직접 손 모양이 보이게 해달라고 하지만
'선생님, 제 것은 데스크톱이라 안돼요.'
'저는 이게 최대예요.'
등등.. 이유가 있는 아이들도 많다.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줌 수업을 너무 맹신하지 않기를.
학교에서는 전면 줌 수업으로 인해 학부모 민원이 훨씬 감소했다고 좋아하지만
실제로 공부를 하지 않으려는 아이의 마음을
줌이라고 잡을 수 있는 대단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
이런 친구들이 새벽 6시 30분부터 고등학교 수학 공부를 한다느니
선행을 한다고 할 일이 많다느니 이야기를 할 때면
결국, 공부는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