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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17. 2022

#89. 자는 게 너무 괴롭고 무섭다.

요 며칠간 몽유병 증상을 겪고 난 뒤로는 하루가 너무 고통스워지기 시작했다. 잠을 못 자는 건 아주 어린 나이서부터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행위만으로는 힘들더라도 괴롭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몽유병 증세까지 나타나는 상태라서 너무나도 괴롭다. 잠을 잔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졌다. 오죽했으면 오늘 출근해서 밥을 먹지도 않고 아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의 에너지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점심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그전부터 너무나도 기절할 것 같아서 잠을 잤다.


요새 심적으로 집에서 자는 것보다 회사에서 자는 것이 편한 것 같다. 그렇게 잠을 자고 나서 일어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시간이었다. 자면서도 계속 신경계가 돌아가는 기분이다. 기분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온전한 잠을 자기 전까지의 소리가 다 머릿속에 기억되어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고 어떤 소리를, 어떤 목소리를 누가 냈는지도 다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잠들기 어렵고 잠에 들어서도 고통받는 것 같다.


그러고 일어나서 내 책상으로 가서 앉았지만 그 정신이 어디가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책상 위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잠을 못 자서 오는 두통도 수반되었고 인간의 삶이 이렇게도 피폐해질 수 있구나라는 느낌을 겪고 나서 나는 조용히 팀원들에게 최근 알 수 없는 몽유병 증세로 잠을 못 자는 상황이라 업무는 다 마무리되는 대로 집에 가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하니 한 팀원이 다가오더니 무슨 일이냐고, 병원은 가고 약은 먹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나는 그 팀원이 나에게 와주어 묻는 것도 너무 감사했다. 사실 너무 어려서부터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잠을 못 자는 행위로는 그럭저럭 다른 수단들로 버틸 수 있었지만 새벽 중간에 깨서 강박적으로 출근 준비를 하고 시간을 착각하는 게 나는 몽유병의 증세라고 생각한다.


어쩐지, 생각해보니 오늘 일어난 시간에 창 밖이 너무 어둡긴 했다. 내 기억으로는 시계를 보고 시간을 봤었는데도 왜 바로 씻으러 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출근의 압박이 있어서였을까 싶기도 하다.


점점 문제가 커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회사에서도 나를 안고 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다. 무수히 좋은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만 결국 아주 오래전부터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이해해줄 수 있는 집단은 없을 거다. 나는 사회생활이 나에게 너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런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사회성이라는 감정보다 더 커졌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겁을 내고 무서워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친해지고 가까워졌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더라도 그들의 하는 행동, 말투 등이 나에게는 모든 신경 거리가 된다.


내가 사회에 나온 것까지는 너무 잘한 일이지만, 이대로 무너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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