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헤드는 맛있었다.
이곳에 오고난 후 적응하는 것이 누구보다도 힘들었다. 그런데 부정적으로 힘들었다, 낯설다의 느낌이 아니라 적응기간을 가지는 신입사원의 느낌이랄까. 떨리고 설레고 기대되고 여하튼 그런 감정들이 자라났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차근차근 알아가는 중이지만 누군가를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다보니 그런 사람들을 관찰하고 구경하는 것이 어느새부터 즐거워졌다. 누군가의 장점을 이끌고자 조용히 관찰을 하거나 말을 경청하거나 말투, 생각, 표정을 읽는다거나 (참고로 난 아이컨택을 못한다.) 하면 그 사람의 색이 보인다는게 너무나도 신기하다.
처음 a를 만나게 된 것은 문제점을 파악하고자 a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는 빌라에 방문을 했다. 처음 인사를 나누고 문제 있는 부분을 전달받고 처음 만났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때라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의 개념이 아니라 얼른 이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줘야겠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적응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a가 누군지, 스쳐지나가면서 말을 건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사실 아직까지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누군지 알아가고있다. a와 그렇게 첫 만남을 하고난 뒤 최근 다 함께 모여서 파티를 하는 날이 있었다. 파티장소로 가기 전 간단하게 짐을 챙기느라 a가 사는 빌라에 가서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짐들을 챙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편에서도 다룰 w가 함께 있었는데 몇 번 마주치지도 않았고 아니 못했고 이야기를 나눈 것도 한 두번 뿐인데 어색하지 않고 너무나도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기분이 꽤나 좋아졌다. 나도 그렇지만 상대방들도 남을 배려하며 이야기를 듣고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a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비건을 지향하며 열심히 산다의 개념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산다의 개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다. 물론 아직 딥하게 친해지지 않은 이유로 이것 또한 내 생각일 뿐이지만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이 사람을 보고 하는 말이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내가 건강하지 못 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살고 있기 때문에 a를 보면 자제력도 굉장한 것 같고 본인만의 철학, 세계관이 남들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서 어디에 내놓던지 휘둘리지 않을 것 같은 원더우먼의 느낌을 받곤 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기타치는 것을 좋아하는 a는 패셔너블하면서도 신비로운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라 나도 처음에 a를 마주했을 때 어떤 말을 해야할까 긴장을 엄청 했던 기억이 있다. 첫 느낌과는 다르게 a는 너무나도 친절했고 다정했고 똑똑했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엘리트이고 똑똑하고 약간 어나더레벨의 사람들이 가득한 곳인데 예술로서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연주자가 아니더라도 사람 자체가 주는 아우라가 있다. 뭔가 나도 예술의 예 자는 건드려본 경험이 있으니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과 음악에 소질이 있으면서도 말투도, 경청도 굉장히 수준급의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이야기를 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는 a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속내를 이야기를 해버렸다!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w도 함께 있었다. 비오는 새벽이었다구!)
사람의 진심을 끌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a는 몰입감이 굉장한 사람이다. 사람을 관찰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술을 함께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비건 와인을 찾아서 급작스럽게 방문을 해서 알콜토크를 요청해볼까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는 대화를 잘 못한다. 누군가 말을 걸어줘야만 그나마 동력이 생겨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나 자신이 먼저 다가가서 "저랑 술 한잔 해요!"하면서 말을 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infp 성향이라 먼저 다가가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고 거절당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서 그런거지만 거절당하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냐고 어렸을 때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오른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매일같이 싸구려 와인과 와인잔 두 세개를 들고 가서 "저기..(쭈뼛쭈뼛)"해도 이 사람들은 흔쾌히 안주거리를 내 올 사람들일 것 같다.
이 사람들을 벌써 이렇게나 믿고 행동까지 지레짐작 한다는 것이 참 뻔뻔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믿는다. 그냥,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 관찰 글을 쓰는 대상들은 정말 하나같이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을 쓰지 않는 대상들이 더 못났거나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나와 친해질 수 있는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점점 한 사람 한 사람 늘어간다면 내가 쓸 글의 양도 늘어나겠지만 (..)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좋을 것같다.
혹시 모르지, 이렇게 쓴 사람들을 또 딥하게 관찰하고 딥하게 쓸 수 있을 날이 오게 될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