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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10. 2022

#. 요즘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

요즘 나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어떠한 불만이 있고 불만이 자꾸 쌓이는데도 그것에 대한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알고 싶지 않아서 회피하는 것인지, 알면서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끙끙대면서 참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빠가 7남매의 첫째이기 때문에 그 피를 나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내 의견을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무너질 정도로 공격적인 답변이나 의견을 들었을 때 두 가지의 포지션이 있다. 첫 번째는 그들의 의견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는 것. 그것은 내가 이미 그들과의 관계를 마음속에서 정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둘 째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뭐, 예를 들면 회사가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내 의견을 모두 표출하고 내 마음대로 업무 조절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자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괜찮은 척하면서 버텨야 한다.


최근 가장 스트레스였던 것은 회사 내규를 따르라는 나를 채용한 업체의 담당자의 말이었다. 그들이 담당하지도 않는 곳으로 상주 및 파견을 보냈으면서 그리고 휴가나 그런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협의만 된다면 자유롭게 쓰라고 하면서 회사 내규를 따르라는 말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조만간 회사를 그만 둘 예정이다. 회사를 그만둔다는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 작을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만 배로 받으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살아가니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고 아무것도 내가 취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2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으로 양쪽을 조율하고 모든 것을 일임받고 기존 설명을 들었던 업무 범위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광범위한 것을 처리하고 있는데 그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요청하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역겨울 뿐이다. 역겨워서 그만둘 거다. 이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떨어져 있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각각의 회사에게 가면을 쓰고 행동하고 있다. 웃으면서 웃지 않은 척을 하고 있고 웃지 않으면서 웃는 척을 해야만 했다. 정말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다고 가면을 써야 하고 가면을 쓰지 않으면 나의 감정이 모두 탄로 날 것 같아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을 때는 눈을 감고 연락을 한다. 그러면서 회사가 매출이 늘어나고 계약 체결을 했다면서 자랑하는 연락을 볼 때마다 역겹기 그지없다.


나는 요즘 나의 감정조차 다스릴 수가 없다.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부분에서 갑작스럽게 화가 나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예상하기로는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이중으로 창문을 닫아도 어디선가 모기가 날아와 좁디좁은 방에서 나를 괴롭히고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방이고 집주인이 돈에 눈이 멀어 300/52에 내놓았던 방을 갑자기 500/53으로는 받아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이사 가려고 집을 내놓았는데 당근 마켓에 사진과 글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하니 집주인은 당근 마켓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너털웃음을 짓다가 너무나도 예민하고 까칠하게 "그럼 거기 올린 가격은 어떻게 되는데요?"라는 말로 내 심기를 건드렸다. "저한테 제시하셨던 계약으로 새로운 세입자 구하진 않을 거고 협의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짜증 섞인 이야기를 했다. 내가 이 집으로 온 지 세 달도 되지 않았는데 주변 시세가 올라서 내가 했던 계약만큼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집에 대해서 문제를 야기하자면 방음도 되지 않을뿐더러 옆집 사람들은 오후 11:40분이 지나도록 빨래를 하면서도 내가 시끄럽다고 경찰을 부른 사람들이고 심지어는 한 층에 방을 4개로 쪼개 놔서 실 거주지와 등본상 주소가 다르다. 명패 상 주소가 다른 것처럼 하는 건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영 찜찜하다.


그래서 여러모로 빠르게 이사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집주인이 같은 건물에 있는 것도 짜증이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주인 행세를 하는 꼬락서니가 너무 꼴 보기가 싫다. 이게 내 집이 없다는 서러움이겠지만 그래서 빨리 떠나려고 한다.


나에게 회사의 문제와 집 이사의 문제가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나는 마음이 여유가 없다는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먹는 것을 좋아하지도, 여행하는 것도 겪어보질 않아서 여행 준비를 하면서 설레는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근데 그런 부분에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나는 정말 아무것도 생각이 없고 감정이 없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로봇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내가 이대로 더 오랜 시간 살아가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로 인해 상처받고 마음이 닫히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하나 둘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나에게 스트레스고 모든 것이 나에게 짐으로만 느껴진다.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이 나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나를 점점 바닥으로 밀어내고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고 늘 떠돌이 생활을 하는 내가 결국 무슨 결정이라도 한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여기도 저기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 사라진다. 회사도, 내가 사는 모든 공간이 그렇게 느껴진다.


뭐, 버려지면 버려지는 대로 쓸쓸히 죽어가거나 해야지 어떡하겠어. 아무도 가지기 싫다면 세상에서 도태되는 것처럼 불쌍한 일이 없다. 나는 결국 도태되어 차가운 사체로 발견되지 않을까 싶은 상상도 자주 한다. 지금은 머릿속에서 생각할 뿐이지만 이런 결정을 할 때가 곧 오지 않을까. 내가 어떠한 결정을 하고 스텝을 밟으면 그 이후에는 내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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