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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1. 2022

죽은 것처럼 살아가기

요 근래 들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죽은 사람이 된 것 같다. 죽음이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죽는다는 것은 뭘까. 죽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죽음에 관해 생각해본 적은 많지만 정말 죽음 그 자체에 관해 깊숙이 생각해본 적은 없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뱉어냈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심심하다는 말과 배고프다는 말처럼 아무런 감정 없이 떠들어대는 말일지도 모른다. 철부지 없었던 어린 시절에는 아-죽고 싶네 하면서 혼잣말로 구시렁구시렁 스트레스의 일환인 것처럼 떠들어댔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내 입에서 정말 그런 말을 하면 그렇게 따라야 할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고 겁난다. 지금의 나는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 모든 감정들이 말라가고 있고 의욕도, 생각도 온몸이 깡통이 된 기분이다.

깨진 항아리가 된 것처럼 무언가를 채워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지금 그런 상태인 것 같다.

핸드폰으로도 글을 써보고 노트북으로도 글을 써보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는데 허망한 마음에 빈 감정으로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득, 한동안 글을 쓰지 않으면 다시 회복하고 좋은 글을 쓸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지만 지금 이것마저 놓아버린다면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섭고 두렵다. 사실 무섭고 두렵다는 감정은 나에게 기본으로 깔려있는 감정들이라 뭘 해도, 누굴 만나도, 뭘 먹더라도 감흥이 없다. 최근 양양에서 봤던 바다는 파도가 그렇게 거칠게 쳤고 서핑하는 사람들마저도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졌는데 내 마음과 내 상태는 왜 이리도 조용하고 잔잔하고 빛이 하나도 없는 어둠 속의 바다처럼 느껴지는 걸까. 속상하다.

왜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인지, 나 자신이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결정을 못 하겠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사실 나는 좋은 게 없다. 이걸 하면 이걸 하는 대로, 저것을 하면 저것을 하는 대로 무언가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하는 질문은 나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가 되어버린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니지만 그래서 그런지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고 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살고 있는 집은 매트리스 하나 없고 이사를 위해 싸놓은 짐들이 가득하고 그곳에서 하루하루 연명해나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찢어진다. 왜 이렇게 바보처럼 살까 싶지만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러나저러나 그냥 반쯤 죽어있는 상태로 사는 지금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모른다. 내가 보고 자란 것이 그런 것이라 그 전철을 밟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는 누군가를 탓하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편하지만 그보다도 내가 지금 너무나도 무너진 상태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이 마음 아프다.

어제는 퇴근길에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갔다.

너무나도 느린 걸음으로 좀비처럼 허우적대면서 걸어갔다. 모든 사람들은 나를 빠르게 지나쳐갔고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의 속도마저 빨랐다. 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수히 많은 사람을 지나친 그 상황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었을까. 먹을 것을 사려고 들른 마트에서도 고민을 하다가 15분이 넘는 시간 동안 마트만 빙글빙글 돌았다. '아, 집에 물이 하나밖에 없어서 사야 되는데 6개가 묶여있는 물을 사면 어떻게 들고 갈까 너무 무겁진 않을까. 비닐봉지를 달라고 해야 하나. 아냐 내 가방이 있으니까 가방에 담아 가자. 물은 6개까지 필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이사 갈건대 남은 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냐 물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사자' 하면서 물 6개가 들어있는 한 묶음을 바라보고 5분 넘게 이런 생각을 했다. 또 마트를 빙글빙글 돌며 물이 너무 무거운데.. 하면서 내가 봐도 답답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었다.

내가 봐도 나는 너무 답답하고 엉망진창이다. 장난감 가게의 이쁘게 진열되어 있는 로봇 인형의 뒤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항상 off로 돌려놓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 문제가 있다. 잠도 못 자고 먹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문제만 쌓여가고 있다.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다. 놔버리면 이 세상에서 낙오되어 다시는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당장 나는 결정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아무것도 결정도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나는 지금 off가 되어버렸다. 언제까지 스위치가 off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다 방전되길 바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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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y 소속 직업 에세이스트

느낀 감정을 기록합니다. 어두운 감정들을 나열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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