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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24. 2022

부모는 자식을 왜 그렇게

주말을 맞이해서 몇 주전부터 엄마랑 가겠다고 한 날짜에 본가에 왔다. 사실 본가가 서울 외곽에 있어서 그다지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집과 멀지는 않았지만 한번 날 잡고 가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하철로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이었고 지하철을 내려서도 버스를 타고 또 걸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마음을 먹고 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3주 전부터 약속을 잡고 그날 엄마가 쉬는 날이라 약속을 잡고 그 시간을 기다렸지만 그 시간이 오지 않을 줄 알았지만 어찌어찌 오게 됐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시간은 흐르고 잡을 수 없었다.


출발하기도 전에 엄마는 야간 업무를 해서 9시에 퇴근을 해서 나를 주려고 반찬을 만들다가 허리가 똑 부러질 정도로 아픈데도 계속해서 반찬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대충 끼니를 챙길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엄마가 조금은 미련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반찬을 받으러 본가에 오는 것이 아닌데 엄마는 "너한테 중요한 게 반찬이라 그거 얻으러 온 거잖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긴 하다. 근데 그 상황에서 "아니지 엄마 보러 왔지~"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내 성격 상 최대한 배려해서 한다는 말이 "그깟 반찬이 뭐 중요하다고 알아서 사 먹을 수 있어 반찬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 엄마랑 밥 같이 먹으려고 온 거지 말을 참 이상하게 한다"라고 투덜거리면서 짜증 섞인 말을 했다.


나는 엄마가 해준 반찬이 없어도 곧잘 잘 먹고 잘 산다. 잘 먹는다는 건 조금 뜨끔하지만 그 반찬이 없다고 해서 당장 죽을병에 걸린다거나 죽는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먹는 것으로 인해 죽는 게 아니라 나는 다른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뿐인데 나의 엄마는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마저도 속상했다. 부모 입장에서 집 나간 자식이 잘 챙겨 먹지 않으면 속상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인 것은 알겠으나, 밤새도록 일을 하고 온 엄마가 퇴근하고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반찬을 만든다는 게 나는 너무나 속상했다. 그깟 반찬이 뭐라고. 그깟 반찬 없어도 뭐라도 챙겨 먹을 수 있다. 반찬이 중요한 것이 아닌데 엄마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엄마를 반찬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참.


엄마가 조금이라도 더 쉬었으면 좋겠어서 출발한다는 말도 안 하고 도착했다는 말도 안 하고 집으로 무작정 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마자 엄마는 눈을 끔뻑이며 누구냐고 연신 물었고 아들이라고 대답했더니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밥 안 먹었으니 얼른 나가서 먹자고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말과 함께 고기를 썰고 싶다고 해서 나와 여자 친구가 같이 알아보던 중, 여자 친구가 열 곳 정도 되는 곳을 알아봐 주고 정리까지 해줬지만 결국 아웃백이 제일 좋은 선택인 것 같아서 그곳을 갔다.


집 앞에서 기다린 버스 정류장에서는 타야 할 버스가 차고지라고 떴고 언제 도착할지도 모르는 상태로 비까지 오는 날씨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싫었고 엄마를 그렇게 방치하기도 싫었다. 그러니까, 돈을 아껴야 되니 버스를 기다리자고 한 것이었는데 돈보다도 중요한 것이 시간이고 아웃백으로 갔을 때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반 강제로 택시를 잡고 택시를 같이 탔고 5분 정도 기다린 후에 바로 들어갔다. 그 이후에 대기 팀이 조금씩 많아졌다. 귀찮아서 택시를 탄 것도 아니었지만 엄마는 참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음식을 이리저리 주문을 하고 먹기 시작했다.


나는 엄마에게 오늘 사드릴 생각이었다. 이렇다 할 생활비를 드리는 것도 아니었고 연락을 잘하고 자주 보는 아들의 도리를 지키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얼마가 나오든 낼 생각이었다. (여자 친구가 월세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15만 원이라는 돈을 주긴 했지만 그 돈보다는 내 형편에서 엄마에게 오롯이 대접하고 싶었다.) 하지만 계산서를 보고 아주 조금 망설인 나를 느꼈는지 계산은 엄마가 할 테니 부담 가지지 말고 주문하라는 엄마의 말에 나름 적정한 선에서 주문하려고 했으나 예상하지도 못한 담당 서버의 세트메뉴 추천에 홀라당 발라당 넘어갔다. 그리고 고기는 그다지 맛이 오묘했다. 맛은 있었으나 너무나도 질긴 부위가 많았고 엄마가 먹을 때마다 힘줄을 제거하거나 기름을 제거하는 걸 보고서는 잘못된 선택을 했나 라는 생각도 했다. 이렇게 비싼 음식을 이렇게 귀찮게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어서 하염없이 미안하고 죄송해졌다. 그렇게 엄마와 식사를 무사히 마치고 내가 옷이 없다고 하니 같이 옷을 사러 가자고 해서 유니클로를 가서 같이 옷을 골랐다.


엄마는 내가 이 여름에 긴팔을 입고 안에 반팔을 덧입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덥지 않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벗으라고 답답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벗을 수 없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그렇게 나도 엄마도 각각 장소에서 15만 원 이상 되는 돈을 쓰고 집에 들어와서 나는 기절하듯이 잠에 들었고 엄마는 자는 내가 집으로 돌아갈지, 여기서 자고 갈지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로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사실 나도 집에 돌아가면 할 것도 없고 혼자 외롭게 조용히 있을 것을 알기에 자고 간다고 하니 그제야 주무시기 시작했다.


정말 쓰고 싶었던 말과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써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나 아닌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과 내가 그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완전히 망쳐버렸다.


오늘 엄마랑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엄마의 스트레스를 조금 덜어줄 수 있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부모와 꼰대의 사이에서 오묘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 엄마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사랑하고 존중하는 존재이다. 엄마가 행복해지기를 빈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웃는 날과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는 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만 힘들었으면 좋겠다. 아니, 엄마를 힘들게 하는 존재들이 죽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와 같은 피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고 해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전적으로 엄마의 편이니, 엄마를 괴롭히고 스트레스 주는 존재를 용납할 수 없다. 모두 죽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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