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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03. 2022

방구석, 혼자, 조용한

나를 표현하자면 딱 이 정도의 단어들이 아닐까 싶다.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기피하고 에너지가 상당히 빠르게 소진되는 것을 느낀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나에게는 사람 많은 곳에서 몇 시간 동안 있다 보면 온 몸의 기운이 빠진다. 걸을 힘도, 무언가를 해나갈 힘조차 사라진다.


그래서 파티나 클럽, 맛집, 명동처럼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뭐, 정말 대단한 파티라면 줄을 서고 고통(?)을 감내하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회사 다니기 전 방황하고 있었을 때는 다이어트 약을 받으러 가자는 여자 친구와 어머님의 말씀에 새벽부터 일어나서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갔다.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도착하자마자 알게 됐다. 서울 2호선의 지하철과 연결되어있는 건물 지하에는 다이어트로 아주 유명한 병원이 있었다. 그 약을 처방받기 위해 사람들은 새벽부터 도착해서 정말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서고 있었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새벽 4시 정도에 출발해서 5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간에 도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택시에서 내렸을 때도 한창 어둑어둑했을 때라 아직까지도 기억이 선명하다. 택시를 내려서는 건물로 들어갔는데 이 시간에 설마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다고.. 하고 병원 근처를 갔더니 한 사람 두 사람 나타나더니 이내 30명 정도가 롯데월드 놀이기구를 타려는 사람들처럼 길게 줄지어 서있었다. 심지어 그 건물 위층에는 사무실이 즐비해있는 건물들이라 출근하는 직장인부터 청소해주시는 분들, 경비원까지 모두 마주쳐야만 했다.


그렇게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기다리고 대기표를 받고 밥을 먹고 차례가 되어 돌아오니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처방받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줄지어 앉아서 기다렸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아찔하다. 심지어 하루에 받는 인원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늦게 도착하면 아예 대기표를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오전에 50명, 오후에 50명 이렇게 받는데도 대기표를 못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다이어트 약이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3개월에 200만 원 조금 안 되는 돈이라고 하니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외모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돈을 들여서 하는 것이 이해는 안 됐다. 여유가 있고 정말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고 약을 처방받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은 그들이 원해서 하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비난하는 것도 아니고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일련의 사태(?)가 마무리되고 그 약 효과가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다. 약을 2-3일 치 받아서 먹었는데 나는 오히려 그 약을 먹고 식욕이 더 살아났던 걸로 기억한다. 15개 정도가 되는 알약을 한꺼번에 삼키는 것도 힘들었거니와 그 약조차 소화시켜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혼자 이게 뭘까.. 하면서 약을 더 이상 먹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난 이렇게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구석에 조용히 사람 구경하면서 손에는 맥주나 소주를 들고 있으면서 사람 구경하는 게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 그래도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라면 중앙보단 외진 곳을 선택했고 남들 몰래 행사에서 도망치고 피해 다녔다.


혼자가 편하지만 혼자가 싫다. 마음 맞는, 대화의 온도가 맞는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그게 30대를 지난 지금 상황에서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살아가다 보면 정말 한 사람이라도, 아니면 만남의 그 짧은 시간 속에서라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주절주절. 오늘도 글은 샛길로 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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