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3시 21분이다. 잠을 자야만 출근을 하는 시간에도 나는 아직까지 위스키를 홀짝이고 있다. 그리고 노트북으로 빌 에반스의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다. 나를 받치고 있는 몇 개의 베개들과 이불들은 펼치지 않은 상태로 켜켜이 쌓여있고 방에 있는 두 개의 창문은 아주 활짝 열려있고 이제 여름이 조금이라도 갔다는 것을 알려주듯 양쪽에서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고 있다.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와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소리들까지 들린다. 그리고 지금은 대형버스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일반 자동차에 비해 무수히 많은 바퀴가 도로를 밟고 지나가는 소리마저 들린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의 쌩썡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오늘은 그냥 있는 말 없는 말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꺼내볼 생각이다. 시간은 늦었지만 30분 정도만 할애한다면 나의 글은 아주 긴 글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글이 짧아지는 이유는 노트북으로 글을 쓸 여유가 생기지 않아 늘 핸드폰으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광역버스를 타고 일자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는 핸드폰으로 글을 쓸 수 있지만 코너링이 심하거나 멀미를 유발하는 도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은 상태로 음악만 듣곤 한다. 지금은 아직까지도 얼음을 담은 컵에 담긴 위스키를 홀짝거리면서 마시고 있다. 4시간 정도만 자고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과 타협하지 않게 되었다. 잠을 잘 수가 있어야 말이지. 늘 늦게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어느샌가 불면증이 내가 되었고 내가 불면증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나는 무방비한 불면증을 앓는 환자가 되어버렸다.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나는 2시간 전에 약을 먹었다. 오롯이 잠을 자기 위한 수단으로. 하지만 술을 먹고 그런 약을 먹는 것이 몸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간에 무리를 주는 약이라고 알고 있지만 나는 그 방법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면유도제나 수면제를 처방받더라도 수면제를 먹는 날엔 늘 그리고 꼭 아침에 일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회사에는 늘 약이 안 깨서 늦게 출근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하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괴롭다. 나만 힘들고 나만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겠지만 내가 잠을 못 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회사에 영향을 끼치게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모를 것이다. 물론 스타트업을 다니는 사람으로서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유동적으로 변동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지만 나는 플랜맨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으면 1분이 지났더라도 극도로 불안해하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 생활에 익숙해진 기존 직원들은 당연히 업무 시간에 해낼 수 있는 범위만을 책정해서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는 포지션이고 역할이기 때문일까.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나는 어떤 곳에서 일을 했건 이곳보다 환경이나 나 자신을 개발할 수 있게 만드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나를 굴러가게 만들어주었고 목표라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일깨워 준 곳이었고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의 장점과 단점을 알 수 있는 나에게는 정말 최적의 곳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직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다. 나를 방치해둔 까닭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잘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퇴사 요청을 하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업체들끼리 이야기를 해서 나를 조율하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 생각은 미처 닿지 못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직까지도 너무나도 큰 고민들에 휘청거리고 있다. 사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무의 형태로 돌아가고 싶다. 가지면 가질수록 끝이 없는 것이 욕심이다. 나는 그래서 돈을 싫어한다. 돈을 버는 과정과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이해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점점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다. 얼른 누워서 자야겠다.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자, 이제 모두가 잠들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