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생각한 걸 돌이켜보면

by empty

나는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너무 감정에 치우쳐했던 말들이 많다. 지금 생각나는 말들이 몇 개 있다. 서른 살까지만 살고 생을 마감해야지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나는 이제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너무나도 쉽게 믿고 쉽게 버려지는 일을 당했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모든 일은 내가 바보같이 사람을 너무 잘 믿었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사람을 너무 잘 믿는다. 누구라도, 아무나 쉽게 믿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나에게 잘해주니까 나는 더 잘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더 잘해주다가 결국 그의 배신에 나는 늘 버려짐을 당하곤 한다. 그렇게 버려진 일이 수도 없이 많다.


대학교 동기들한테도 그런 식으로 배신을 당했었고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더 처절히 버려지기도 했다. 그 당시를 표현할 때면 나는 '버려졌다'라고 표현을 하지만 이제와서는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나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를 만나도 나를 이해해주는 법이 없었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몰랐다. 늘 태클을 걸었고 너는 왜 그렇게 사냐부터 시작해서 너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고 너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라는 말로 늘 끝이 찾아왔다.


그런 일들을 겪으니 어렸을 때부터 오래 살고 싶지 않았다. 아마 20대 초중반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은 "빨리 죽어야지"라는 말이었다. 그 어리고도 어린 나이에 나는 죽음을 결심했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죽음이 아니라 내 손으로 생을 마무리 짓는 죽음을 결심했더랬다. 다들 흔히 말하는 "아, 죽고 싶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면 속으로 '정말 네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장난으로 말하는 거겠지만 나는 정말 죽고 싶어'라는 말을 혼자 마음속으로 되뇌곤 했다. 그렇게 서른 살까지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다 보니 서른한 살이 된 지금까지도 살고 있다. 사실 죽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가족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생겨나서 비극적인 결말을 내 손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우리 가족은 굉장한 방황을 했다. 아빠만 믿고 살아왔던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7남매 중 첫 째였던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니 그간 아빠가 살아있을 때 누렸던 혜택들을 누리겠다며 안 그래도 남는 것이 없었던 우리 가족에게 4천만 원이라는 돈을 요구하는 친척들부터 온갖 짜증과 수난을 겪어야만 했던 제2의 가장인 엄마가 참 많이 힘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모든 것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황이라 엄마도 결혼하고 난 후 처음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 스트레스도 나름 잘 케어하는 듯했다. 내가 본 엄마는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가장이 된 엄마는 나름대로 잘 이겨내려고 했고 실제로 잘 이겨냈다. 엄마가 참 기특했고 뿌듯했다. 그리고 자랑스러웠다.


어렸을 때는 참 무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다. 언제 죽을 것이며 어떻게 죽겠다는 계획까지 치밀하게 작성을 해놓았지만 결국 그 일이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최측근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독히도 세상 사는 것이 힘들어서 포기하고 그만둘 수 있겠지만 나는 아직 글을 쓰는 것에 갈증을 느끼고 계속해서 무슨 글이라도 쓰고 싶다. 일을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글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길고도 현실적인 글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탄생하지 않더라도 내 글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싶다.


참 어렵다. 30대가 되고 나니 인생은 더욱더 힘들어졌다. 남들에게 비난받고 지적을 받아도 당연히 웃으면서 넘겨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온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고도 슬프다. 하루 종일 울고 잠들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울다 죽었으면 좋겠다. 나의 외할아버지가 주무시면서 숨을 거둔 것처럼 그렇게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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