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성이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by empty

나는 내가 사교성이 좋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상냥하고 친절하고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하는 게 나에게는 엄청 부족한 능력이었다.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어찌 됐던 나는 나 자신의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 단점을 극복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사실 태어날 때 타고나지 않는다면 후천적으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게 과연 될까? 그리고 꽤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이게 고쳐지긴 할까?라는 생각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나는 늘 회사에서 내 몫을 해내지 못해, 늘 떠나고 도망쳤다. 사람들과 마주하면서도 그들이 하는 말이나 표정, 행동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회사 내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나는 무서움과 공포심을 느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공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 자체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지금도 사람이 너무나도 무섭다. 한없이 상냥한 사람들에게는 나 또한 한없이 상냥한 사람이 되어주지만 조금이라도 말을 강하게 하는 사람이나 단어 선택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분노라는 감정까지 치밀어온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생성되었지만 그 스트레스를 아무에게도 표출하지 못하고 나 자신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결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몰랐다. 지금도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하는지,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은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또 모르겠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회사를 떠나려고 마음먹은 상황에서는 아무 이야기도, 아무 표정도, 아무런 행동도 눈에 밟히지 않는다. 그저 내 앞길을 찾아야만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들만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과정들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다. 회사에서 상처를 받고 마음이 닫히고 회사를 떠날 준비를 하고 결국 떠나고 다른 회사를 찾아다니고 그러면서도 마음의 문은 항상 닫혀있고 고슴도치처럼 누구에게라도 건강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민하다는 단어로 나는 나를 표현했지만 나는 사실 예민함보다 마음이 닫혔다는 생각과 그 시간이 훨씬 더 오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마냥 싫은 게 아니라 마음이 닫혀서 전부가 싫어진 느낌이다.


사교성이 없고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사교성이 부족하고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자 나는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 나는 그런 것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사람들의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바보처럼 겉도는 사람이구나. 정말 바보 같아서 회사에서도 나를 무시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런 모습이 부끄럽거나 쪽팔린 것이 아니다.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들은 사탕발림으로 잘하는 것도 많고 장점들을 나열하면서 이래서 당신이 부럽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더 이상은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잘 믿지 않는 편인데 이제는 완전히 마음이 닫혀버려서 그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도 오며 가며 장난을 치고 일상 대화를 하는 것도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은근히 나만 따돌림당하고 있는 것 같은 더러운 기분들까지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음이 정말 완전히 닫혀버렸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화려한 웃음소리, 화려한 행사, 화려한 음식들이 무슨 소용이랴. 남들이 다 가진 정상적인 것들을 나는 가지지 못해서 이렇게도 사회에서 도태되어 허덕인다. 나는 내가 너무 힘들고 나 자신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 이 지긋지긋하고 또다시 반복될 이 세상에서 영원히 벗어나고 싶다.

keyword
이전 04화분노와 슬픔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