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평소의 다른 날보다 무겁고 긴 하루였다.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힘들었다. 오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밥을 만들어서 대충 아무렇게나 먹고 졸린 눈을 꾸역꾸역 버티면서 전기장판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상하게 오늘은 너무 힘들다. 일이 힘든 것도 아니고 오늘 하루가 유난히 더 복잡하거나 일이 많다거나 한 것도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지쳐갔나 보다. 글을 쓰지 못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한다. 나는 글을 쓰는 행위로 조금은 머릿속을 비워내거나 에너지를 얻을 때가 가끔 있다. 그리고 남들이 내가 쓴 글을 봐주고 무슨 말이라도 건네어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용돈을 받는 것도 좋지만 결국 나는 사람이 주는 따듯한 말이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은 논스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러 지내는 것이 조금씩 하루하루 익숙해지려고 한다. 당연하게 말을 걸고 당연하게 밥을 먹는 자리에 함께하고 당연히 이름을 넣어 다정하게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든다. 그러고도 이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존재라고 마음속에 굳어져있기 때문에 굳이 이 사람들에게 버림받으면 어쩌지 하는 고민은 안 한다. 완충제 같은 사람들이다. 켜켜이 쌓인 뾱뾱이 같은 느낌이랄까.
작년 겨울에는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 스키를 타러 갔다. 생전 처음 스노보드를 탔는데 그날 주황색 그물망에 얼마나 걸려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 비유가 이상하긴 하지만 나에겐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말이 없는 내가 속상하다. 그들과 더 가까이, 더 친밀하게 지내지 못하는 내가 밉다.
오늘 밤은 나를 미워하며 잠이 들 것 같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