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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15. 2023

서러움

이 서러움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을 서러움이다. 약 1년 동안 방황이란 방황은 전부 다 하고 돌아온 본가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일을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에 대해 환영받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집에 들어가는 것은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었지만 나는 집에서 알게 모르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나는 청소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를 가더라도 청소가 안되어있는 것을 자꾸만 보게 되고 외부에서 1년 동안 살고 들어오다 보니 더러움이 장난이 아니었다. 누나는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고 엄마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집의 퀄리티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비단 청소뿐만 아니라 음식, 반찬, 청소, 빨래 등 모든 것이 밀려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날을 잡고 느지막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고 방 청소를 하고 머리카락이 온 방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정리하고 싱크대의 물 때부터 음식물 쓰레기, 식탁 등 얼룩이나 더러운 것이 너무 많아서 청소를 했다. 내가 회사에서 배운 것과 회사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것 없이. 그러다 싱크대 수전이 흔들리는 것이 계속 신경이 쓰여 하부장에 연결되어 있는 부속품을 해제하고 다시 조립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했는데 끝까지 돌아가지가 않았다. 이게 과연 수전이 오래되어 돌아가지 않는 것인지, 중간에 기름때가 있어 사람 힘으로는 불가능한 정도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싱크대의 수전을 잡아 고정시켜야 하고 한 손으로는 부속품을 오른쪽으로 돌려 조립을 해야 하니 제대로 된 힘을 받을 리 만무했다.


결국 이런저런 시간들을 보내고 수전은 결국 전문가를 불러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섰고 내가 이 이상 리소스를 붓는다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판단이 들었다. 그 뒤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나는 반갑게 맞이했지만 엄마는 집을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둔 게 불만이었나 보다. 나한테 깔끔 떤다는 말부터 유난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누나까지 가만히 잘 있는 것을 왜 건드리냐는 말까지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이상 이 집에서 살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과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찢어놓았다.


"내 집이니 내 집에서는 술 마시지 마라"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당장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 말이 상처가 된 것이 아니라 엄마가 그런 생각과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집을 나오고 집 근처를 2-30분 돌아다녔지만 이미 이곳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술집이라 노트북을 들고 업무를 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골목 어귀에 있는 작은 호프집에 들어왔는데 혼자 왔다고 하니 환영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이곳에서 더 이상 시간을 소비했다가는 쫓겨날지도 모르겠다. 다시 이 집구석에 돌아온 것이 크나큰 문제고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지옥이다. 아빠가 죽었을 때만 하더라도 우리끼리 잘 살아보자고 다짐했지만 결국 그것도 본인들의 마음이 좁아지니 소용이 없어진 듯하다.


이 지옥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겠다. 중소기업대출이 되지 않는다면 당장 월세방이라도 구해서 나가는 게 내 정서상,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믿었던 가족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고 배신이다. 언제는 집에 아들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해댔던 엄마였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한 이유가 있겠지만 알고 싶지는 않다. 이제 철저히 남처럼 살아가야겠다. 집이 더럽건 더럽지 않던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닌 마인드로 살아야겠다. 가능하다면 다 같이 한 날 한 시에 죽었으면 좋겠다. 후회도 미련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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