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약, 돌려줘
어제는 퇴근하고 집에 가자마자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겠다, 밥만 먹고'라고 생각을 되뇌면서 집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침에 산 삼각김밥 두 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떠올려서 원래 절대 혼자 있으면 먹지 않았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는 떡볶이를 샀다. 생각보다 비주얼이 그럴싸했고 차돌박이 떡볶이라는 이름에 맞게 차돌박이도 생각보다 두툼해서 놀랐다. 그 특유의 국물이 많은 떡볶이였는데 생각보다 맛있게 잘 먹은 것 같다. 그 제품은 3,700원이었는데 정말 생각보다 가성비가 뛰어났다. 양이 줄어든 건지 음식에 별 감흥이 없어진 건지 그것마저도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
요즘 나는 먹는 것이 꽤 힘들어졌다. 밥 대신 술을 더 많이 마실 때가 많고 허기를 채워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면 음식보다는 술이 지출이 덜 나가니까 밥 대신 술을 먹자!라고 결정을 내려버리곤 한다. 그런 결정이 내려지면 지체 없이 술을 꺼낸다거나 술을 마실 준비를 한다거나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얼마나 무식하고 잘못된 생각인지 인지는 하고 있음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오늘은 술 대신 다른 것을 해야겠다! 라거나 소주 대신 맥주를 마셔서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연습을 해보자!라는 것으로 변질되는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술을 마시고 약을 먹고 몸을 억지로 기절시켜 잠을 자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약이 없으면 잠들기 전까지 얼마나 부담스럽고 불안한지 모르겠다. 이게 어떻게 보면 약물 중독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단순히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약의 힘을 빌리려는 건데 유난히 잘 드는, 몇 해동안 먹어도 내성이란 것이 생기지 않고 약이 잘 들어서 그 약만 항상 고집하곤 했는데 어제는 열 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에도 영업을 하는 약국을 알고 있어서 부랴부랴 방문을 했더니 내가 찾는 그 약은 없다고 했다. 난 어느 지역의 약국에 가도 그 약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많지 않다. 약국 자체에서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발주를 안 해서 없어요-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들여온 약이 품절되었다는 말은 정말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약국을 두 곳을 더 가봤고 심지어는 편의점에 있는 약까지도 확인을 했다. 약국도, 편의점도 감기약 종류의 약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매장들을 돌아다닐 때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고 황당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라도 굴려보니 경구 코로나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는 뉴스가 불현듯 떠올라서 아, 약을 새로 만드느라 기존 약들을 만들지 않는 거구나!라고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집에 와서 잠들기 전, 약 이름을 쳐서 가장 최근에 있는 뉴스를 보니 오미크론이니 코로나 확진자들이니 감기약이란 감기약은 모조리 다 사가서 재고가 없던 것이라고 했다. 음.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했구나. 그래도 당분간 아니 코로나가 끝나기 전까지는 내가 찾는 약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대체 가능한 감기약조차도 주문이 안된다고 하던데 큰일이다. 그나저나 빨리 건강검진을 받아보고 싶다. 내 몸에 이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로 혹사시키고 있는 것 같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간 수치다. 2년 전쯤에 간 수치를 쟀을 때는 아무렇지 않고 평범하다고 했다. 간 수치가 평범한 사람들보다 아주 약간 높은 정도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긴 했는데 다시 받아볼 때가 온 것 같다.
나는 이 브런치에서 무슨 글을 쓰고 싶은 걸까. 나조차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