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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r 18. 2023

희망 없는 사람에게 여행이란 관심이 생겼다.

여행을 가던 가지 않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나는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사람이다. 아니 정확히는 삶을 반쯤 포기하고 억지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해야 맞는지도 모르겠다. 몇 해 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나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물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나의 삶은 마이너스가 아닌 제로부터 다시 시작되긴 했다. 하지만 나의 마이너스가 제로로 변했다고 한들 삶이 나아진 것은 현실적으로 없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나는 아빠의 사업에 명의를 빌려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에서 지원하거나 연계해서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에서 항상 떨어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개인사업자 명의가 있으니 당연히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빠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나 정말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고 그 회사도 나를 좋게 봐주어서 그쪽으로 꼭 취업을 하고 싶은데 개인사업자가 있어서 취업이 안된다고 따지듯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때 아빠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곧 빨리 처리해 주겠다는 이야기만 했다. 하지만 당장 하루아침에 명의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 명의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을 테고 그것을 처리하는 시간이 족히 일주일이나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리라. 이미 내 상황도 끝나버렸고 취업하고 싶은 회사에서도 개인사업자가 있어서 취업이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를 해온 상황이라 내가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나의 변곡점이 아주 크게 생겨났고 내 마음의 공허함도 점점 커져만 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지옥이었고 그 앞날 혹은 코앞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도 나는 너무 어려운 사람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삶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희망 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요즘 들어 여행이 가고 싶어 졌다. 1년을 어찌어찌 채우고 퇴사한 덕에 곧 퇴직금이 입금될 것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퇴직금을 오롯이 여행 경비에 사용하고 리프레쉬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퇴직금이 들어오지도 않았고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 나는 계획을 짜고 어딘가를 떠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동네 편의점이나 구멍가게 혹은 조용한 길목을 걸어도 나는 감흥 없이 행복을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무계획도 계획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나는 계획하지 않고 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에게 놓인 문제들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코로나 백신을 1차도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PCR을 8만 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검사결과가 나온 뒤 72시간 안에 입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일정 조율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여행으로 돈을 홀라당 써버리면 나에게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가 없는 삶을 살다가, 바라는 것이 없고 하고 싶은 것이 없고 의지조차 없었던 사람에게 여행이라는 하나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여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가지고 싶은 것도 없다. 현실적으로 내가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하는 행위들로 집을 사거나 차를 사거나 방 한편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힘든 삶이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고 타협하지 않는다면 난 결국 죽음에 다다르는 것이 나의 최후라고 생각해 왔던 사람에게 여행이라는 한줄기 여유가 생겨났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내가 봐도 정말 신기하다. 요즘 비행기표를 수시로 심심하면 알아보고 있다. 여행을 가던 가지 않던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과정이 요즘은 좋다. 내가 투자할 수 있는 돈이 곧 생길 것이라는 믿음과 그 돈으로 비행기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그 원인 모를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기분이 좋다. 여행을 가던 가지 않던 그냥 기분이 좋다. 몽글몽글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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