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악몽

악몽이 아니라 현실이지만

by empty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악몽이 있다. 나는 여름에 너무나도 취약하다는 사실을 늘 봄, 여름의 초입이 되어야만 깨닫곤 한다. 나는 햇빛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사람이었다. 가을 겨울엔 아무런 티도 나지 않아서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룰루랄라 하면서 지내는 사람이었지만 겨울의 끝에서 나는 항상 대비를 하지 못하고 늘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맞이한다.


햇빛 알레르기를 이렇게까지 심하게 앓아본 적이 없는데 이상하게 올해 햇빛이 너무 무섭고 따갑다. 최대한 햇빛을 피하고 숨어 다녀야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 모르겠다. 이게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태를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나를 엄습하기 시작한다.


난 한 여름에도 반팔을 못 입는다. 폴라티를 입거나 가디건을 입곤 하는데 이번 여름은 정말 너무나도 뜨겁고 더울 것 같아서 벌써부터 막막하다. 햇빛은 어떻게 피하며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햇빛에 노출되어 일을 하고 돌아오면 기력이 하나도 남아있질 않다. 말을 할 힘도, 웃을 힘도, 어떠한 이야기를 이어나갈 힘조차도 생기질 않는다.


햇빛 알레르기가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일은 아닌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고통스러운 병이었다. 심지어 개그우먼 박지선 님이 앓은 병이 햇빛 알레르기라니까 이제는 존재하지 않은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 조금이나마 짐작을 하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9. 문득 감사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