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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14. 2023

늙어가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

요즘 들어 늙어가는 시간이 너무 빠른 것만 같다. 10대의 시간과 20대, 30대의 시간 흐름이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너무나도 분명하게 느껴진다. 10대 때는 언제 어른이 될까, 빨리 늙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풀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당시 다니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집, 학교만 반복하던 나의 삶이 너무나도 고단했고 지루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겠지. 아직도 나지막이 기억나는 일은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감정이 아직까지도 든다. 공부를 잘하던 예체능 반의 친구는 너무 조용했고 공부도 잘했고 그 친구는 클라리넷을 전공했다. 그 친구만이라도 내가 붙잡았더라면 나의 인생은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조용하고 차분한 친구였고 웃음이 많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친구였다. 가지각색의 예체능을 하는 친구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그런지 나에게 고등학교 2~3학년 시절의 나는 매일이 고통이었다. 그때는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이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10대 때의 시간은 왜 그렇게 흐르지 않았는지. 하루가 이렇게 길어도 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간이 안 갔다. 그렇게 정말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20대에 들어섰지만 나는 나 자신을 꾸미는 방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도,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도 하지 못하고 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래도 10대 때와는 다르게 흘러가나 싶었다. 학생에게 자유가 주어진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매일을 술과 함께했고 그 덕분인지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더랬다. 그렇게 20대를 폭풍처럼 지냈다. 다른 사람들처럼, 열심히 사는 누군가처럼 열심히 살았다는 뜻이 아니다. 살아지는 대로 살았고 나에게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너무나도 큰 일이었다. 상처와 스트레스를 매일같이 받으면서도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냈다. 하라는 대로 살았고 내 방식이란 것이 없었다. 내가 하려는 모든 행동이나 생각들을 저지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회사생활과 사회생활을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오래 다니지 못했던 것뿐이지 내가 싫어서 그만두고 의지가 없고 의욕이 없다는 이유로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물론 지금 다시 물어보면 그때는 그게 맞는 줄 알았다고 얘기하겠지만. 결론은 별 볼일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평생 가정주부로만 살아온 엄마도 일련의 사건 이후로 사회생활을 하니 내 마음을 이해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맞이한 30대는 무언가 하지 않아도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을 느낀다. 세상이 바뀐 탓일까? 아니면 내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다. 30대의 속도로 흐르고 더 빠르게 늙어간다는 게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다. 나의 소원은 서른 살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벌써 2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삶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미래가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수입이 필요한 것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고 나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나에게는 너무 벅차다. 하루에 주어진 생각들과 일을 하다 보면 나는 금방 기력을 잃고 에너지를 잃는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프렌드십 외로움이 나를 가끔 덮칠 때가 있다. 이성친구로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가 아닌 정말 단순히 집이라는 공간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정말이지 질릴 때까지 외로워지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진다. 하지만 내가 주로 깨어있는 시간에는 남들은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누군가를 맞이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외롭다고 여자친구를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혼자 이렇게 버티다 버티다 외로우면 어느새 술에 취해서 잘 준비를 하곤 한다. 이 생활이 외롭기도 하지만 꽤 나쁘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애매하다. 나는 친구가 오랫동안 있어본 적이 없어서 친구라는 서로 노력하는 관계를 유지해 본 적이 없다. 어떤 노력을 얼마나, 얼마나 오래 해야 하는지도 감이 오질 않는다. 관계를 유지하고자 쓸모없는 카톡을 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행위가 얼마 가지 않아 번아웃이 와버린다. 이걸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내 시간과 감정을 소비해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면 난 모든 것을 놔버린다. 그 순간부터 어느 순간까지 아무런 소통과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이래서 내가 친구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늙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혼자는 좋은데 혼자가 싫기도 하다. 이 마음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지려나 싶기도 하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빨리 늙는 게 아쉽다. 30대면 한창이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30대는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느낌이라 더 늙어서 늙은 사람 취급 당하는 것도 무섭고 불안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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