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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18. 2023

다시는 서비스업을 안 하겠다고 했지만

서비스업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무섭고 불안한 사람이었는데 그걸 30대를 시작한 이후에 깨달은 것 같다. 그전에는 사람 상대하고 사람을 돕는 행위가 나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줄 알았고 맞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확히는 남을 돕는 게 좋다.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는 것이 좋았던 거지 사람을 상대하면서 컴플레인을 처리하거나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컴플레인을 해결할 줄을 모르고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대면서 떨고 있는 것밖에 하지를 못했다.


실제로 3월에 퇴사한 회사에서는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나의 입장만 난처해진 경우가 있었을 때, 그 상황을 원활히 고객 담당자에게 전달을 해야 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잘못했는지 잘못하지 않았는지 나의 책임인지 나의 책임이 아닌지를 따져가며 고객을 상대해야 했는데 그걸 가장 못했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본부장이라는 사람한테 유배를 당하고 결국 퇴사까지 이어지게 됐다.


더 정확히는 내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투입된 인력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고객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몇 번이나 인력이 바뀌었던 적이 있었다. 1월부터 시작해서 3월까지 내가 그곳을 맡았는데 그 기간 동안 바뀐 인력만 3-4번이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이 모든 문제는 나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정확히 인력을 구해서 투입 및 교육을 진행했는데 한 번은 고객이 인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체를 요청해 왔고 그 이후 교체된 인력은 너무 힘들다고 했는데 고객은 너무 만족하던 상황이었다. 그 이후에는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체가 되었고 이런 많은 과정들을 겪으니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사과를 해야만 했고 연락이 잘 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불만을 털어놓는 그 순간 나는 연신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그렇게 퇴사 기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완전한 그로기 상태가 된 나는 퇴사를 마음먹자마자 다시는 서비스직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취업을 아직까지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는 자꾸만 서비스업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다시는 사람을 마주하는 서비스업을 안 하겠다고 차라리 기술을 배워서 혼자 일을 하겠다고 다짐을 하고 또 했지만 결국 해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습성이 다시금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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