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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30. 2023

빈부격차가 이런 거였을까

나는 사실 부유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쉽지 않게 살아왔다. 사립유치원부터 사립고등학교까지 나왔으니 어려서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다른 삶이라고 하는 것은 비단 비싼 것을 보고, 비싼 음식을 먹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그 나이대에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고 굳이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에 돈을 썼었다. 초등학교 졸업여행으로는 일본으로 5박 6일 여행을 갔었다. 그렇게 공립학교를 다닌 아이들과는 다르게 자랐다. 어려서부터 교복을 입고 자란 터라 이렇다 할 옷들이 없었고 그 흔한 노스페이스 하나 없었다. 학교에서 그런 메이커들로 자랑을 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사립학교를 다닌 것을 후회한다. 그 학교에다가 쏟아부은 돈이 1억이 족히 넘고 그 탓에 곱디곱게 자랐다는 말을 들으면서 살아야만 했고 어느새 나이가 든 나는 남들이 말하는 서울깍쟁이가 되어있었다.


그런 집안에서 자란 나는 최대한 겸손하게 살고자 노력했다. 부모님이 과소비를 한다거나 돈을 흥청망청 쓰시는 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고 듣고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고 돈도 필요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지 못했고 참아야 했다.


돈도 없었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집의 환경이 아니었다. 물론 내가 돈을 벌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됐겠지만 그 반열까지 올라갈 수 없었다. 돈을 버는 것에 금방 질렸고 하루살이처럼 사는 인생이 너무 지겨웠다. 사실 빈부격차라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그런 생각을,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연애를 하고 생각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해 왔고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당연하게 해 왔던 사람을 보니 빈부격차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나이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환경 자체가 다를 수 있지만 이런 차이가 나에게 가져다준 생각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었다. 행동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니 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감정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부분들까지 불안해하며 걱정을 하지만 여자친구는 그게 뭐 어때서? 하면 되는 건데-라고 오히려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런 걱정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빈부격차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 생각이 너무 절실했다. 나는 그렇게 살아와서 걱정이 많고 모든 것이 불안했던 거고 여자친구는 그렇게 살지 않아 왔으니 평탄하게 당당하게 살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는 문제가 아니다. 그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다른 것뿐이다. 하지만 그 격차를 좁히는 데는 무수히 많은 노력과 환경이 필요하다. 그저 어떠한 이유가 됐건 무너지지 않으면 좋겠다.


바랄 건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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