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부터 잠을 못 잤다. 자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내가 느끼는 욕구 중 가장 낮은 욕구는 식욕이다. 먹는 것에는 관심도 없고 그다지 챙겨 먹어야 할 이유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음식이 눈앞에 있다면 먹겠지만 굳이 음식을 먹기 위해,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살아가지는 않는다. 이전부터 먹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끼고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도 여럿 만나봤고 지나쳐왔다. 먹기 위해 돈을 벌고 먹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나는 누군가와 밥을 먹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아주 어렸을 때는 밥을 너무 먹질 않아서 엄마가 밥공기를 들고 쫓아다니면서 먹이다가 그렇게 하는 것이 지쳤는지 밥을 안 먹는다거나 밥이 너무 많다고 징징대면 밥을 싱크대에 버리고 식탁에서 쫓아냈다고 한다. 많으면 많다고 징징, 적으면 적다고 징징. 참 엄마도 힘들었겠다 싶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을 마시려고 사는 사람들. 그들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기한 세계인 것 같다. 물론 그들이 틀리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한심하고 무지한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사는 사람을 보는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코드 쿤스트와 김준현이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랄까. 물론 나는 코드 쿤스트처럼 찔끔 먹지는 않는다. 여하튼 그게 글의 쟁점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잠을 못 자는 이유는 참 다양하다. 특히나 나 같은 경우는 이유도, 원인도 알 수 없어서 더 고통스러웠다. 하루는 술도 약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던 적이 있는데 새벽녘이 다 지나고 해가 뉘엿뉘엿 떠오를 때까지도 잠을 못 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강박을 느끼고 약이나 술이 없으면 잠을 절대 못 자는구나-생각을 하고 억지로, 일부러 약을 더 먹고 잤던 것 같다. 그 약이 수면제가 되었건 감기약이 되었건 종류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입 속으로 털어냈다. 언젠가 누구는 나에게 "약물중독인 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인터넷에 관련한 정보들을 찾아보니 정말 이게 내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아서 조금 충격을 받았던 적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약물중독이었다면 내 의지로 먹는 날, 먹지 않는 날을 따질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약을 일부러 영양제처럼 챙겨 먹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렇게 강제적으로 먹지는 않는다. 정신과에서 약을 억지로 먹이는 기분일까 싶을 정도로 많이 그리고 자주 먹었다. 약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술과 약을 함께 먹었던 적도 많다. 그게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것도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행위를 하지 못하니까 그 편이 더 낫겠다 싶었다. 내 기준에서는 다가올 죽음보다 오늘 밤에 잠을 자면서 괴롭게 뜬 눈으로 지새운다거나 하는 게 더 고통스러웠으니까. 성인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잠을 못 잤다.
수면검사를 받아볼까, 심리치료를 받아볼까 했지만 그 모든 것도 소용없었다. 양방이던 한방이던 침을 맞건 민간요법을 하건 아무런 소용도 없었고 수면제나 수면 유도제를 약국에서 처방받아먹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괴로운 건 나 자신이었다. 약이 떨어지면 꼭 시간을 억지로 내서라도 병원을 다녀와야 하고 수면제를 받기 전 상담은 꼭 받았어야만 했고 약값은 왜 그리 비쌌는지. 그리고 괜찮다고 하는 병원은 왜 집에서부터 3-40분은 떨어져 있어서 시간조차 내는 것이 그리 힘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다 나를 피해 가는 기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원인을 찾아보자면 예민한 성격 탓에 자면서 뒤척임도 심하고 어렸을 땐 이도 갈고 코도 골았다. 그런데 그런 물리적인 행위보다는 이제는 심리적인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오늘 잠을 못 잔 이유는 여느 날과 다르게 원인을 찾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무서울 정도로 한 시간, 두 시간마다 깨서 핸드폰 시계를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확인하곤 했다. 약도 안 먹었고 술도 안 마셨다. 새벽 1시부터 8시까지 약 7시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잠을 자면서 나는 몇 번이나 깼는지 파악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인가 내가 무언가를 무서워하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라 미쳐버릴 것 같다. 사람 사는 삶이 아닌 것 같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아로마 오일도 선물을 받아봤고 향을 태우는 방법도 해봤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잠을 잘 때 나를 지켜준다는 부적같이 걸어두는 것도 있었는데 그런 미신은 믿지 않아서 구매조차 안 해봤지만 그것 또한 소용없었을 거다. 한 번은 네가 움직임도 없고 운동도 하질 않으니 잠을 제대로 된 시간에 잘 수 있겠니? 하는 말만 수 백번 들었던 것 같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너무나도 많다. 사람을 마주하면서도 에너지를 소비하고 누군가 지나가거나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행동들을 주시하는 것만으로도, 신경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계속해서 소비된다. 마치 gps를 하루 종일 켜 두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렇게 설명을 해도 다 내 탓을 해버리니 나는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었고 존중받을 수도 없었다. "아, 네가 그래서 힘든 거였구나. 힘들었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한 번도 없었다.
잠을 못 잔다는 불편함을 호소할 때면 생활패턴이 달라서 그러겠지, 운동을 하던 바쁘게 살던 하라고 말을 한다. 인간들은 모두 다 남의 일엔 관심도,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도 없는 듯하다. 그래, 내가 잠을 못 자는 건데 누구한테 인정을 받고 존중을 받으려고 했었던 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