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Nov 26. 2023

편의점 일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독립을 하고 난 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의 1층에는 편의점이 있다. 그 편의점에 가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1층이라 바로 내려가도 되는 편리함이 있을 것이고 그 이후로는 편의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모두 다 친절하다는 이유였다.


나는 음식점을 가던 편의점을 가던 서비스 제공에 대한 것을 아주 민감하게 결정한다. 아무리 집과 가까운 곳이 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충분히 그곳을 가지 않고 돌아서라도 다른 편의점에 가곤 한다. 그리고 친절함이 없는 곳이라면 기꺼이 카카오맵 리뷰라던가를 남겨서 다른 이들이 나와 같은 상처 아닌 상처를 받지 않게 하려고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서비스업이라는 직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서비스 마인드가 전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을 하지 않고 기술이나 다른 일을 하면 상관이 없다. 편의점이나 음식점, 술집 등과 같은 곳은 서비스가 첫 번째고 그 이후는 친절함이다. 내가 생각했을 때는 그렇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하기 싫다면 서비스업을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많은 최악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곳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인사도 하지 않고 틱틱거리면서 짜증을 내거나 소비자가 있어야만 돌아가는 와이파이 대여소 같은 곳에서 상담사가 "고객님의 잘못이고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최전선에서 고객과 상담하는 사람이 고객 잘못이라고 워딩을 쓰면서 고객과 같이 감정적으로 대할 것이라면 왜 굳이 상담사를 하는 것일까 하는 물음표까지 들곤 한다.


그런 사람들은 서비스업을 하면 안 된다고 본다. 순댓국 집에서 서빙 일을 하더라도 친절하게 말을 할 자신이 없으면 서비스업을 하면 안 된다. 할 줄 아는 일이 그것밖에 없다고 해서 일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나는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고객의 기분과 감정을 해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일용직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비스업이 접근하기가 가장 쉽고 잠깐 배우고 일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일본의 문화를 조금 배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극단적으로 일본을 예로 든 것은 일본인들은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대면했을 때 웃으면서 친절한 직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도 최소한의 서비스는 제공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 부분이 너무나도 아쉽다.


그렇게 서비스업 마인드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인류애가 박살(?) 나고 있을 때 즈음 나에게 편의점 운영을 해보는 것이 어떠겠냐는 말을 했던 사장님이 계셨다. 여긴 내 개인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더 많고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오피스텔 1층에 있는 편의점에 있는 사장님이 나를 아마도 좋게 봐주신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사실 일머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고 갑갑한 사람이다.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속도가 굉장히 느리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척이나 느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보고 편의점 운영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하는 말이 참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말씀을 해주신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왜인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 몇 번이나 편의점을 찾아 소주를 살 때마다 말을 걸어주시고 편의점 운영에 대해서 관심이 없냐는 식으로 말씀을 해주셨지만 나는 인생을 이미 망한 상태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돈도 없고 만약 운영을 온전히 한다고 하더라도 계약을 할 돈이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하고 싶지만 종잣돈이 없기 때문에 걱정이 많기도 하고 고민이 많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글을 더이상 못쓸 것 같은 느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