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반복되는 고민

by empty

나에게 있어서 고민이라는 것은 뗄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하고도 가깝고 떨어질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모든 일의 고민을 한다.


사실 논스라는 회사에 들어온 이후, 나의 삶이 바뀌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나에게 너무나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회사임이 분명하다. 사람마다 찾아오는 전성기가 다른 것처럼 나도 그 기점이 서른 살이 된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른한 살의 나이에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들어 가장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은 그동안 방황했던 무수히 많은 날들을 지나 논스라는 무인도에 도착해서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영화로 치면 '캐스트 어웨이'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는 캐스트 어웨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워낙 나 자신의 성격이 집중력이 현저히 낮고 몰입도도 낮은 편이라 긴 러닝타임의 대표적 콘텐츠인 영화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도 관심 있는 분야라거나 어쩌다 흥미가 생기는 영화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영화를 뚝딱 해치우곤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사실 영화에 큰 관심은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캐스트 어웨이는 특유의 장면들이 있어서 그런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진 않았어도 무언가 뇌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방황을 누구보다도 많이 해온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지 뭐-라는 생각만 가지고 살아왔는데 그것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져 나간다는 것이 느낌이 이상하다. 논스라는 곳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점점 그들과 함께하며 웃고, 먹고, 쉬고 하는 일들이 반복되니 나도 모르게 논숙자가 된 느낌이다.


사실 난 논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지 않고 홍보, 영업 뭐 이런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논스에서 전반적인 시설을 담당하고 있는 내가 '어떻게 하면 논스로 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내가 가진 역할이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아닐지라도 이곳을 조금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더욱더 다양한 색으로 다양한 옷으로 꾸며나간다는 것이 꽤나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다. 논스에서 겪는 모든 일이 생소하고 무섭고 두렵지만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뛰어들 수 있는 것 같다. 어슬렁어슬렁 거리면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 옆에 있으면 "같이 먹어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가 하면 싱크대에 널브러진 수많은 컵을 말없이 조용히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있고 갑자기 웃통을 까고 매혹적인 눈빛으로 춤을 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모습을 혼자 볼 수 없다며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논스에서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이 있는 단톡방에 공유를 하기도 한다.


논스의 사무실은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해있는 곳이다. 춤을 추고 밥을 먹고 쪽잠을 자기도 하고 회의를 하기도 하고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면 테라스에 빈백을 두고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사람이 있다. 청소가 되지 않은 부분의 사진을 찍어 모두가 공유하고 깨끗한 공간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특이하고도 자상한 사람들이 많다.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위한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루를 살아가니 모든 사람들이 사랑이 넘치고 배려심이 넘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작정 논스라는 곳을 설명하고 표현하고 홍보하고 싶지만 나는 내가 가진 역할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조금 더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곳이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밀착마크를 하여 하루 종일 논스라는 매력적인 공간을 어필하려고 할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제대로 살았다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을 테고 그랬다면 논스라는 곳을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널리 알릴 수 있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하게 살았더라면 논스라는 곳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는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다시 발을 디딜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종교적인 느낌으로 논스를 찬양하듯 글을 써 내려가고 있지만 나에게 생각의 전환, 사고방식의 틀을 깨준 이 공간이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더 이쁘고 사랑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이러다 나의 브런치는 논스 생활백서가 되는 것은 아닐까 고심한다. 사실 논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능력이 굉장한 곳이라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 때문에 강박으로라도 더 열심히, 무엇이라도 더 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이곳에서 밀려날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을 테고.


뭐,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겠지. 도태되는 것과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 비단 나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숨 쉬게 하는 것 같다. 이전에는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는데 이제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를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몰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이 정도의 변화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영광이다.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 돈을 주고서라도 겪어보고 싶었던 발상의 전환 같은 계기이지만 나는 그럭저럭 이곳에서 나름 여유롭게, 평화롭게 일을 해나가고 있다. 기특하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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