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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21. 2024

왜 에어컨이 24시가 아닌 건데요

이 집에서 여름을 제대로 보내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에어컨이 참 말썽이다. 오피스텔이기도 하고 이 동네에서 가장 세대수가 많은 오피스텔이라 그런지 에어컨을 24시 가동하지 않는다. 그러면 더워서 죽으란 소리밖에 더 되나? 도대체 왜 한 여름의 중심에서 에어컨 가동을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밖에 하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오피스텔에서 모든 사람이 에어컨을 틀면 전력이 부족할 것이고 전력이 부족하다면 그건 모든 세대의 정전으로 이어질 것이니 절약하려는 마음도 알겠다.


하지만 35도까지 치솟는 더위에 에어컨이 없으면 어떡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당연히 오피스텔 세대마다 에어컨을 제외한 선풍기나 다른 대처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오피스텔은 오래된 선풍기 하나뿐이다. 그러니까, 강아지를 키우면서 에어컨이 켜지지 않으면서 이 오래된 선풍기로 4평을 모두 커버할 수가 없다는 소리다. 그걸로 어떻게 30도가 넘는 더위를 이겨내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정말 더워 죽어 버릴 것 같다. 샤워를 해도 그 순간뿐이고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심지어 해가 오전 일찍부터 잘 드는 위치에 있어서 여름에는 오전 6시부터는 해가 뜨기 시작한다. 어제는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 5시였다. 그 시간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자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창문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날이 점차 밝아졌고 해가 뜨는 것까지 보고 잠에 들었을 정도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시원할지도 모르겠다. 옛 어른들의 말처럼. 하지만 그건 정말 예전 이야기 일 뿐이고 에어컨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서울 원룸촌에서 살 때는 밤새도록 에어컨을 틀어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관리비도 그렇게 많이 나오지도 않았다. 근데 왜 굳이 오피스텔에서 더 까다롭게 관리를 하는 걸까? 관리비도 원룸에 비해 2-3배는 더 많이 나오면서 누릴 수 있는 것도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를 보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말 더워 죽어 버릴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라는지 모르겠다. 인공적인 바람을 싫어하는 강아지도 오늘은 너무 더웠는지 맨바닥에 얼굴을 들이밀고 선풍기 바람이 쐬는 곳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아무리 생각해도 입주민들을 위하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라고 아무런 방송도 없고 오히려 자랑하듯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에어컨 가동 시간 조정"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당연히 날씨가 더워지면 가동 시간을 늘려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낮에 일하는 사람이 많으면 낮 시간의 가동 시간을 줄이고 밤과 새벽시간까지는 가동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어차피 8월에 방을 뺄 거라서 큰 미련은 없지만 참 별 것 가지고 유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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