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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22. 2024

신경을 끄고 살고 싶을 지경

너무 괴롭다. 괴롭다고 생각할수록 두통이 오거나 머리가 아플 때가 있다. 두개골이 깨지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일반적으로 머리 아프다 할 때의 고통보다 훨씬 더 심각할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 기억으로는 군대 훈련소에서부터 아팠던 것 같다. 그래서 부대 내에 있는 보건소 같은 개념의 의무병을 찾아가서 이렇게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무슨 파스 몇 장 쥐어주면서 이걸 목 뼈 있는 부분에다가 붙이고 며칠 지내보라고 했다.


그때 엑스레이를 촬영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목 뼈가 활처럼 휘어있어야 정상인데 나는 일자로 곧게 뻗어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두통이 지속적으로 올 수 있다고도 했다. 약이나 어떠한 방법으로는 치료가 안된다고 들었어서 그냥 포기한 상태로 살고 있는데 최근 다시 머리가 깨질 정도의 고통이 다시금 찾아오고 있다.


아마도 혈압이랑 같이 묶여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정도면 그냥 건강검진을 다 해봐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당장 월세와 보험금, 핸드폰 요금 등을 내야 하는 이유 때문에 건강검진은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아파도 유야무야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고 아파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병원에 갈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병원을 가서 보험 청구를 해야 내가 낸 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지만 병원에 간다고 하더라도 굳이 치료가 되지도 않고 고통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유가 뭘까?


그냥 머리 안에 있는 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신경 쓰고 싶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내가 모든 것을 신경 쓰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 뇌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6개월 전에 정신과에서 선생님의 권유로 뇌 초음파를 찍어본 적이 있었는데 결과가 참 신기했다. 물론 그 결과마저도 글로 이미 써서 두 번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눈을 감고 있어도 눈을 뜨고 있어도 뇌 쪽이었나 신경계 쪽이었나 아무튼 그쪽의 뇌가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색상으로 나타내자면 초록색이 정상 점점 붉은색을 띨수록 무슨 문제가 있다고 했다. 특이하게 일정 부분만 빨개진다는 검사 결과 서류를 들고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정말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구나, 어딘가에 몰입하지도 않았는데 눈을 뜨고 감고 있는 순간들 모두 신경을 쓰고 있고 실시간으로 모든 걸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구나 싶었다. 정말 어려서부터 친구들이 왜 그렇게까지 신경 쓰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감정소비를 하냐고 나에게 무수히 많은 친구들과 지인, 가족들이 그런 말을 해줬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의지로 감정을 소비했던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병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딘가 문제가 있어서 신경 쓰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일처리를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마치 컴퓨터 데스크톱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CPU 같은 느낌으로 항상 무슨 일이라도 처리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머리가 지속적으로 아파온다. 신경 쓰지 않아도 아프고 신경을 쓰면 머리가 과부하 걸린 것처럼 머리 전체가 두통에 시달리곤 한다. 두통을 원초적으로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한 번씩 크게 아파오는 고통이 꽤나 심하다. 약물로도 치료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병원을 제대로 된 곳을 가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뇌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건지 뇌가 술 때문에 슬슬 녹아내리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말 하는 것도 어렵다고 느껴지고 무슨 단어를 생각해 내거나 글을 쓰는 것도 이해력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 술을 많이 마시면 30대 때부터라도 뇌가 녹는다고 하는데 그 말은 정말 사실이었던 게 아닐까? 지금 내가 얼마나 더 살기로 언제 죽을지를 생각하고 사는 것보단 물가가 점점 오르고 있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서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막말로 최저시급으로 일주일 내내 일을 해서 번 돈으로는 생활비, 월세, 기타 지출을 하고 나면 남는 것도 없고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곳에서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점점 의욕도 의지도 삶의 목적도 사라지는 것 같다.


어느 정도 미래를 그릴만한 것들이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나도 없고 이 세상에도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인생 스트레스받지 않고 고통받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마시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등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사는 게 마지막 희망이지 않을까.


서울 주변에서만 살았더니 다시 시골로 내려가고 싶다. 시골 특유의 느림과 차분함을 다시금 충전할 때가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얼마 있지도 않은 보증금으로 생색내기보다는 그 돈으로 차라리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 돈을 운용해서 다른 일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터무니없는 돈이기 때문에 그마저도 희망이 없다.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형수가 된 기분이랄까. 철창 없는 감옥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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