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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Sep 12. 2024

희망이란 게 있을까?

문득 생각했다. 나는 타고난 피가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베짱이처럼 살고 있다.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부정적이라는 말과 열심히 살지 않으면 나중에 박스 줍고 다닌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들 뿐이다. 나는 술을 굉장히 좋아한다. 술이 없으면 인생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나의 인생의 윤활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보다.


모르겠다. 내가 술을 끊는다고 해서, 술을 멀리한다고 해서 이 상황이 나아지는 것인지 술을 멀리해서 돈을 더 번다거나 내 생활이 더욱 윤택해진다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 이것 또한 나의 합리화가 되어가는 것이겠지만 딱히 술을 마시지 않으면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미 뇌가 술로 젖어있어서 이런 생각들밖에 나지 않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지도 않을 것이고 그냥 이러다가 죽고 싶다. 아직 세상에는 엄마와 친누나가 살아있지만 그들은 그래도 열심히 살기라도 하지 나는 지금 아무것도 혼자서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번 돈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 여행마저도 혼자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집 근방에서 시급이 센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연락을 넣어두고 이미 합류하게 된 상황인데 너무 무섭다. 그리고 두렵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과 새로운 일에 대한 룰을 내가 과연 제대로 인지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크다.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술에 절어 정신을 못 차리는 나도 싫고 술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고꾸라지는 것도 싫다. 물론 그 모든 행위의 주체는 나 자신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랬고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시고 내 인생을 방치한 것도 나다. 그렇게 술이 좋은 이유가 뭘까. 술이 아니면 해소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일까.


이렇게 매일을 살아가는 게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주고 피해를 준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끊을 방법이 없다. 사실 나는 끊어내고 싶은 걸까? 그도 아니라면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걸 바라는 건 아닐까..


무섭다. 외롭고 죽고 싶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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