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다사다난했던 10대, 위험하고 불안의 정점에 있었던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었다. 아직 10대, 20대처럼 30대를 통틀어서 이야기하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고 있는 30대는 처참하다 못해 이 상황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무기력과 허탈감이 가득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10대와 20대 때는 적어도 가족 곁에 있어서 괜찮았던 걸까 싶기도 하지만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라는 감정을 느끼고 난 뒤부터는 그마저도 나에게 정답이 될 수 없었다. 해답이 될 수 없었다. 그럼 과연 이렇게까지 웃음과 즐거움이 사라지고 무표정에 경계심이 더 심해진 이유는 뭘까. 인류애가 점차 사라져서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겨버린 탓일까? 그래서 글을 쓰고 일을 하면서도 아무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린 걸까? 여행을 가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그 순간만 즐겁고 그 이후의 모든 것들은 다시 원래대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즐겁지가 않고 안정적이지 않다. 항상 모든 것을 의심하고 예민하게 상대를 하다 보니 나에게 불쑥 나타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위협으로 느껴진다. 누군가가 들이대거나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 모든 것을 나는 위협이라 생각한다. 길을 가다가 나에게 덜컥 말을 걸어오는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20000% 생겨버려서 그런 순간들이 생겨날수록 내 예민함은 예민함을 더해가고 경계심은 더욱더 심해지고 사람을 의심하는 감정들이 더 생겨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래서 어려서부터 서비스직을 할 때마다 누군가가 덜컥 안 되는 것을 해달라고 요청을 할 때 거절을 잘 못한 이유가 이런 거였을까? 싶기도 하다.
불합리하지만, 이번에는 안되지만 해드릴게요-라고 웃으면서 어물쩍 넘겼던 것들이 다시금 나에게 칼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아오고 결국 그런 크고 작은 것들이 모여 나라는 인간의 인격체를 만들었겠지. 누군가를 탓할 수 없고 탓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게 나만의 해답이었을 테니 그 책임도 오롯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다.
10대, 20대를 지나올 때 항상 했던 생각이 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 더 어른스럽고 뭔가 크고 작은 문제들은 다 물 흐르듯이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바라던 어른과 실제 어른이 되어가는 인간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안정적으로 일을 꾸준히 오래 한다는 것과 부자가 된다는 것 두 가지는 포함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돈이 없고 허덕이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끝날 일이고 아등바등 살아간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그저 모아둔 돈을 계속해서 소진해야 된다는 사실과 이런 시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무기력해지고 무기력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그런 인간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것뿐이지 그것 말고는 딱히 위협될 것은 없다.
내 사주에 물이 없다고 했다는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아직까지도. 사주를 절대적으로 믿지 않고 오히려 미신이라고 생각해 왔던 사람이다. 하지만 내 상황이 지금 너무나도 좋지 않고 현실이 그리 즐겁고 마냥 행복만을 꿈꾸고 억지로라도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조차 없어서 그러니까 마음이 누구보다도 궁핍하고 공허함밖에 남지 않은 인간이라 그런 사주를 재미로라도 보는 순간 몰입을 하게 된다. 내 사주에는 물이 없지만 운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들리는 것은 운이 좋아서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보다 물이 없어서 모든 것을 흘려보낼 줄 모르는 사람이 됐다는 말이 나에게는 더 와닿았다.
왜냐하면 정말 물이 없는 건지 모든 것을 쉬이 넘겨버리는 상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봐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그냥 대충 일단 해보고~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되면 이런 사사로운 감정들은 다 사라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20대보다 못한 30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