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하게 일어나서 산책을 가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항상 걷는 루트로 공사 중인 곳을 지나 주말이다 보니 광장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강아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부모님과 같이 나온 가족단위가 많았고 광장에서는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이의 신발끈이 풀려서 묶어주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광장을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학생들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나와 반대편에서 오던 꼬마아이들 두 명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귀에 들려온 이야기는 이게 요즘 아이들의 대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이야기는 이랬다.
남자 1 : ~~@#! 나 지갑에 4만 원밖에 없어
남자 2 : 4만 원? 얼마 안 되네
남자 1 : 너는?
남자 2 : 나 통장에 얼마 있는지 알아?
남자 1 : 몰라 얼마 있는데?
남자 2 : 음~~ 천백이십 오만 원
남자 1 : 우와~~
사실 이야기가 별 것 없었지만 아이들이 돈에 관한 생각이 아주 많이 바뀌었구나 생각했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은 대화이겠지만 그런 이야기는 인터넷이나 커뮤니티에서 질문으로 올라오는 글들만 봐서 그랬는지 내 귀로 직접 들으니 적잖은 충격이었다. 중학생도 안되어 보이는 친구들이었다. 초등학교 4-5학년 즈음 되어 보였는데 그렇게 어린아이들이 4만 원이라는 돈이 얼마 안 된다는 말부터 통장에 천만 원 이상 있다고 자랑하는 친구까지 참 신기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고 한다. "너네 집 자가야? 월세야?"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정말 시대가 바뀌고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초등학생들이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니는 시대가 왔구나 싶었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정말 보고 자라는 모든 것들이 자극적이기 때문일까 선이 없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예전에 같은 곳으로 강아지 산책을 나갔던 적이 있는데 강아지가 빙글빙글 돌면서 큰일을 보려고 자세를 취하고 큰 일을 다 보고 뒤처리를 하려고 배변봉투를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되어 보이는 꼬맹이가 와서 "그거 잘 치우세요" 이런 말을 하고 피자집으로 뛰어들어갔다. 나는 그때 내가 정말 나이를 먹고 있는 건가? 내가 왜 얼굴도 모르는 꼬마한테 저런 말을 듣고 나는 왜 또 나랑 20년 이상은 족히 차이가 날 것 같은 꼬맹이에게 감정적으로 욱해서 대응을 했을까? 싶은 생각도 했다. 그때의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알아서 할 거예요~" 했는데 그렇게 말을 하는 게 맞았나? 아니면 그 꼬맹이보다 몇 십 년은 더 살아온 어른이기 때문에 따끔하게 한마디를 했었어야 했나? 그렇게 훈계 아닌 훈계를 하면 저 꼬맹이의 부모님이 와서 나와 분란이 또 생기지는 않을까? 정말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사람들이 많은 광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축구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나 그런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부모의 모습과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고 위험하게 무리 지어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를 통과해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요즘 애들은 가정교육이라는 걸 제대로 받지 않았나? 아니면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저렇게 자라는 게 맞는 걸까? 부모란 인간들은 저런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려야 하는 건 아닐까?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축구공으로 뻥뻥 차고 다니면 분명 누군가는 그 공에 맞을 수도 있을 건데 저런 모습을 그냥 방관하고 바라보고 부모들끼리 낄낄거리면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방치시킨다는 게 참 이해가 안 됐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저런 모습들을 계속 마주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결혼은 나에게 없을 일이지만 저런 자식을 낳아서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키운다는 생각을 하니 목구멍까지 답답함이 차올랐다.
정말 내가 늙어가는 것 같다. 이런 사사로운 것들에 목매는 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