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도, 사는 것도 부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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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없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주는 부담감 때문에 먹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진 걸까 모르겠다. 예전에 비해 살이 많이 쪄서 그런가 먹는 양이 수상하게 늘어나긴 했다. 그런데 예전에 비해서는 사실 뭘 틈틈이 줏어먹거나 하질 않는다.


어려서 그렇게 좋아하던 과자도 술 마실 때가 아니라면 과자를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정말 입에 달고 살았을 정도로 과자를 좋아하고 아이스크림을 수시로 먹어댔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이제는 그런 과자들에 눈이 가지 않는다. 이제는 그냥 물이나 마시면 다행이겠거니 하고 최근에 신경 써서 먹기 시작한 것은 히비스커스 맛이 나는 몸매를 슬림하게 만들어준다는 물에 타먹는 것이었다. 이름은 정확히 뭔지 모르겠지만 히비스커스 맛이 나면서 괜히 예전에 편의점에서 종종 사 먹었던 비타민 워터 빨간색 맛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몸매를 슬림하게 만들어준다는 말에 현혹되어서 먹기 시작했지만 이러나저러나 맛만 좋으면 됐다.


보통 술을 많이 마실 때는 640ml 페트병으로 많게는 3개까지 먹곤 했는데 요즘은 2개를 채 먹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술을 마실 때 이런저런 안주를 먹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요즘은 그저 물을 술안주처럼 먹기도 하고 위에서 말한 히비스커스 맛이 나는 음료를 만들어서 먹곤 한다. 그리고 어제는 물만 먹어대니 무언가 몸에서 탄수화물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 같은 공복감에 딱히 새벽치고는 먹을 것이 없어서 술을 마시고 단백질 음료를 마셔봤다.


그 운동하는 사람들이나 몸매 관리하는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음료 같은 걸 안주 대신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공복감도 채워지는 듯했고 일반 물보다야 구성 성분이 더 다양하고 고구마를 갈아서 먹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적은 포만감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외로 나는 그 단백질 음료들만 보면 아빠가 돌아가시기 1년 전부터 음식을 제대로 먹지를 못했어서 집에 박스채로 사다둔 적이 있었다. 지금도 tv 광고나 편의점에서 마주칠 때마다 괜히 뜨끔하곤 한다. 얼마나 몸이 안 좋았으면 저런 단백질 음료를 마셔도 진전이 없었을까 하는 그런 이야기.


그렇게 겨우 먹고 새벽 해가 뜰 때까지 마시거나 잠깐 의자에 앉아서 존다거나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다가 정말 운이 안 좋으면 해가 뜨는 걸 볼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창문 방향은 해가 떠오르는 방향이어서 그런지 새벽 6-7시 정도만 되면 하늘이 붉게 타들어가면서 해가 떠오르는 걸 볼 수 있다. 그렇게 해 뜰 때까지 마시는 게 뭐 좋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거밖에 없는 것 같다.


타지에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운동을 하자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모르겠고 알바나 일을 구하자니 본가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마저도 가당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일을 구해서 한다고 하면 나는 계속해서 여기서 살아야만 할 것이고 본가로 들어가는 일은 점차 미루어질 것이다. 사실 본가에 들어간다고 해서 친구가 있다거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어떤 교류의 장이 생기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타지 생활을 청산하려면 빠르게 청산을 하는 것이 낫겠다 싶다.


그래서 요즘 하루에 한 끼나 많아야 두 끼 정도 먹는 것 같다. 집에 먹을 것이 없으면 새벽에 내려가서 단골 편의점 뒷문에 있는 폐기 음식들을 가져와서 냉장고에 쌓아두면 정말 아무것도 먹기 싫을 때라거나 먹을 것이 없어서 계란이나 삶아 먹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들 때 하나씩 먹으면 좋다. 물론 폐기라서 하루 이틀 안에는 다 먹어야 뒤탈이 없겠다.


먹는 것도 부실하고 이제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금 상황은 마지막 잎새의 한 장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잎새가 언제 떨어지나 하고 병실에서 그것만 오롯이 바라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내 인생도 내가 만들고 있고 이때까지 내가 만들어왔지만 참 불쌍하다. 처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난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노숙을 하거나 돈을 구걸하는 분들을 보면 남 일 같지가 않다고 생각해 왔었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건 아닐까 어려서부터 걱정을 굉장히 심오하게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느 지역을 갈 때마다 그런 분들이 계셨는데 어려서부터 나는 저런 사람들처럼 되지는 않을까 내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할 줄 아는 것도 없이 산다면 저렇게 되는 건 아닐까 내 미래가 저렇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을 항상 해왔었더랬다.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드네.


그렇게 되기 전에 죽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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