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낮밤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술의 영향인지 컴퓨터 앞 의자에서 졸다보면 새벽 5-6시 즈음에 깬다. 그리고 가만히 모니터에 있는 시간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고민을 한다. 지금 누워서 잘까 아니면 이대로 조금 더 있을까. 그렇게 1-2분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 시간에는 자야 하는 것이 맞겠구나 생각하고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 누워서 잠을 잔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나에게는 이런 결정까지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예전과 다르게 최근 나의 모든 선택지는 항상 시간이 걸리게 되어버린 것 같다. 사람이 바뀐 걸까 체질이 바뀐 걸까. 양치를 하다가도 헛구역질을 몇 번씩이나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눈의 핏줄이 아주 붉게 변하면서 당장이라도 충혈이 될 것 같은 눈으로 변해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예전이랑은 참 많이 달라졌구나 나도 이제 한 살씩 먹어가는구나 체감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꿈에서까지 자기 비하를 했다. 정확히는 꿈에서 옷과 짐들이 들어있는 캐리어가 사라졌고 테라스에 있는 대형 수영장에는 물이 넘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차있었고 그 물이 넘치는 순간 그 숙소는 물바다가 될 것이 뻔했다. 꿈이라 그런지 순간 마자 내가 바지를 벗고 있거나 바지를 벗은 상태에서 패딩으로 속옷만 간신히 가리고 있다거나 하는 꿈을 꿨다.
최근에 흥미롭게 본 나는 솔로의 꿈 버전이었다. 나는 참가자로 참석을 했고 나는 솔로의 포맷과 똑같이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근데 흥미로웠던 건 22기에 나왔던 인물들과 같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뭐 사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꿈에서 그 방 2개밖에 되지 않는 숙소에서 옷과 짐들이 담겨있던 캐리어를 찾지 못해서 데이트를 나가지도 못했고 숙소만 지키고 있었더랬다. 그러면서 나가서 술이나 사 와서 하루를 버티자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가도 갑자기 사라진 캐리어가 문득 어디 갔는지 궁금해서 온 숙소를 뒤지기도 했고 내가 있는 숙소에 모든 사람들이 와서 2차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에게 나는 이런 시장에서 가치가 없는 사람이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가진 것도 없고 능력도 없고 뭐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해댄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그렇지 않다고 부정을 해주었지만 결국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똑같은 사람이라고 반복된 말을 할 뿐이었다.
꿈을 아주 현실적으로 꾸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처럼 현실성 있게 꿈을 꾼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꿈에서까지 자기 비하를 할 줄도 몰랐고 그런 말들을 꺼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상황들이 꿈에서까지 나타난 걸까 싶기도 하고 내가 오죽 힘들고 외로웠으면 꿈에서까지 그렇게 표현이 될 일이었을까 싶기도 했다. 나는 내가 힘들지 않은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버텨오고 있었던 것 같다. 힘들지만 힘든 내색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오래 버티다 곪아서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 걸 지도 모르겠다.
나의 엄마, 엄마의 엄마를 보면 그러니까 할머니의 핏줄을 보면 가족력이 없어서 오래 살고 계셔서 그런지 주변에서도 나에게 오래 살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휘청이는데 오래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오래 산다고 나를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처절하게 늙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무슨 병이라도 걸리면 좋으련만. 그래서 보험비라도 엄마에게 드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지만 심지어 보험도 없다. 실비 보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지금 연체가 되어서 해지가 될 판이다.
ps. 할머니의 연세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90세는 넘기신 걸로 안다. 아직까지도 정정하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