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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댓글을 달았는데 꿈이었다

by empty

요즘 통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아니면 4-5시에 자던 버릇이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자꾸만 뒤척거리고 10분에 한번, 20분에 한 번씩 짧게 한 번씩 깨서 자리를 뒤척이고 계속해서 그렇게 자듯 못 자듯 못 자고 있다.


그런 와중에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섬뜩한 꿈을 꾸곤 했다. 하루는 다를 것 없이 평범한 하루였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꿈을 정말 생생하게 꾸었던 것 같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당시의 꿈에서도 나는 브런치로 글을 계속해서 쓰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쓰다가 핸드폰으로 알람이 와서 봤더니 누군가 내 글에 댓글을 달았다. 많이 단 것도 아니고 딱 한 개의 댓글을 달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컴퓨터로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비방인 듯 아닌 듯 애매한 댓글을 달아준 사람이 있었다. 그 댓글의 내용은 "처음에는 죽고 싶다 그랬으면서 이제는 죽음이 무서우신가 봐요?ㅋㅋ"라는 댓글이었다.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꿈에서라도 생생히 기억이 날 정도였다. 그 말이 충격이었던 이유는 사실 나 자신과 이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약속이 깨졌다는데 중점이 있었을 뿐이다. 무슨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구독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느끼기에 내 글이 바뀌고 있구나, 내 글이 처음에는 정말 더럽고 추악했지만 지금은 조금 살림살이가 나아져서 불평불만도 하고 예전보다 덜 죽고 싶다고 글을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입장에서는 저 댓글이 꿈속에서도 충격이었던 건 글 쓰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한 가지의 주제로만 글을 쓰지 않았고 내가 변했다는 것에 있었다. 물론 '죽음'이라는 한 가지의 단어와 주제로만 글을 오랫동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굉장히 한정적인 글들과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는 글이 될 수밖에 없다.


나도 600개가 안 되는 글을 쓰면서 참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썼고 죽음, 우울증, 아빠의 죽음, 가족 비난 등 아주 다양하고 다채로운 주제의 글을 썼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전에 썼던 글들은 그저 감정에 휩쓸려 쓴 글들이라 내가 무슨 글을 썼는지 어떤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모아서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전에 어떤 글을 썼는지 기억하고 싶지 않고 다시 읽어보거나 하고 싶지 않다. 결국 안 좋은 이야기만 썼기 때문에 다시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처나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어렸을 때 이따금씩 든 생각이 있다. '나는 완벽주의자인가?', '완벽주의자가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러지?'라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남들은 그냥 유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나에게 닥친 일을 유하게 넘기지 못하고 하나하나 따지고 완벽하게 해결하고 수습하고 무슨 문제가 생길 것 같은 확률이 있을 수 있는 일까지 예상하고 걱정하고 쓸데없이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게 정체성의 혼란으로 다가왔는데 이제는 내가 완벽주의자라는 것을 어느 정도 타협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일들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 같다. 아직까지도 글을 쓰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어떤 주제로 어떤 글을 써야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위안을 삼을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일들이다. 요즘의 내 관심사는 컴퓨터 업그레이드와 카메라, 사진 후작업 등이 있는데 정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덤볐던 카메라는 내 상상 이상으로 다루기 힘든 녀석이었고 다른 무거운 프로그램들도 잘만 돌렸으니 이 정도면 되겠지? 했던 컴퓨터는 상상 이상으로 후작업에 필요한 사양을 아득히 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그렇게 되니 후작업은 점점 밀릴 수밖에 없고 sns에 업로드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컴퓨터를 가동할 만한 용량이 없어서 당장이라도 컴퓨터가 다운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버겁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카메라 가방 하나 없고 추가 배터리, 충전기, 메모리카드 등 사야 하는 것들이 아직까지도 너무 많은데 저것들을 모두 구매하는 순간 이제 나에게 뒤는 없다.


그걸 구매하는 순간 다루기 힘들다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보는 수준보다 한참 더 무거운 취미생활을 해야 할 텐데 내가 저 녀석을 다루고 모델을 구해서 스냅사진을 찍으러 다닐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까지 생길 지경이다. 내가 정말 무지해서 카메라 결과물이 그렇게 나오는 건지 더 멋있는 사진이 될 수 있었는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 나의 능력적 한계인지 모르겠다.


여기서 엑셀을 한번 더 밟느냐 브레이크를 밟고 지금이라도 카메라를 처분하는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난 능력보단 열정 자체가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를 위해 사진을 찍어주고 후작업을 하고 사진을 받아볼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굉장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는다.


더 아름다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공부하고 출사를 나가고 더 노력하지 않는 부분에서 나는 재능과 열정 모두 부족한 사람이 맞는 것 같다. 하루라도 쉬지 않고 나가서 뭐라도 촬영해서 나를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시기인데 고작 카메라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랬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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