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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잘 버텨내고 싶은 마음

by empty

요즘은 사진을 찍고 후작업을 하고 난 뒤의 사진들을 sns에 업로드를 하고 있는데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도통 내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보는 구도나 시선, 색감이나 후작업에 필요한 것들 모두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사진은 몇 장 없긴 하다.


그러다 우연찮게 이상한 각도에 구도도 맞지 않은 사진인데 후작업을 하고 나면 사진이 꽤 그럴싸하구나 꽤 괜찮은 사진이구나 라는 느낌을 주는 사진들도 있긴 하다. 그런 걸 보면서도 한 번씩은 의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게 과연 나는 남들이 해주는 좋은 말, 사진이 이쁘다는 말, 개성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아 나 그래도 사진 찍는 거나 후작업 하는 느낌이 개성이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에게 그런 말을 듣지 않으면 항상 불안한 것 같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부모와 가족, 친구들에게 그다지 좋은 말을 많이 듣고 자란 편은 아니라서 칭찬에 대한 욕구가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남들이 그런 말을 해주기 전에 나 자신이 나 자신에게 해주는 말이었으면 남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고 혼자서 잘 이겨내고 잘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항상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사진을 찍는 것도 그렇고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항상 누군가에게 관심이나 댓글, 어떠한 연락이라도 받고 싶어서 쓰는 글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에서 오는 원동력이 있다는 걸 느끼고 난 이후에는 사실 자꾸만 갈망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쓴 글에 대한 반응이 있으면 그래도 읽고 싶지 않은 두서없는 엉망진창인 글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래서 자꾸 갈망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반응 좀 해달라고, 댓글 좀 달아달라고 구걸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내 글들을 지나치시는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글 쓰는 행위로는 돈을 벌거나 유명해질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쓰는 글의 주제 한정해서) 이렇다 할 목표도 없긴 하다. 글을 쓰면서 구독자가 천 명이 되고 만 명이 되는 것에 의의를 두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해 둔 것은 없다. 그저 조금이라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여기다가 이렇게 글을 쓰지 않으면 어디라도 하소연할 곳이 없기 때문에라도 쓰는 것 같긴 하다.


남들에게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는데 결국 나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나 자신도 아니었고 남들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잘하고 있다는 말을 기대하는 나 자신이었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잘한다,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 말을 듣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상태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고 고된 일인 것 같다.


이래서 다들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고. 내가 가진 능력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나는 나 자신을 포기했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아주 작은 마음은 사진과 카메라라는 주제가 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조금은 인생을 더 살아봐도 재밌긴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마음을 점차 확대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도 오질 않고 이런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아무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100% 중에서도 0.1% 라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그건 카메라와 사진, 그리고 내 사진을 봐주고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의 덕일 것이다. 그걸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사람들도 포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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