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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수치가 정상이 됐다?

by empty

최근 처방받은 간장약을 다 먹어서 피검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월 즈음 본가에 들어왔는데 본가 들어오기 직전에 다녔던 내과에서 곧 이사를 가서 이 병원에 오지 못하니 간장약 처방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5개월 분량을 처방해 줬고 한동안 그 약을 계속해서 먹고 지냈었다. 사실 먹으면서도 몸이 회복되는 느낌보다는 겨우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장약을 먹지 않는 것보다 먹는 것이 심적으로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두 번 아침, 저녁으로 두 알씩 먹었다. 상태가 좀 좋지 않은 날이면 세 개씩 먹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최근 들어서 술을 좀 많이 절주하고 있는데 먹는 약이 딱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집 주변에 있는 내과를 찾아갔다. 가까운 집 앞의 내과도 있었지만 평점이 그리 좋지 못해서 자전거를 타고 20분은 가야 하는 곳으로 억지로 갔다. 유일하게 그곳이 평점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따릉이를 빌려서 타고 갔다.


그 병원은 거리가 멀었지만 데스크에서 업무를 보시는 선생님도 굉장히 친절하셨고 나긋나긋 다정하셨다. 평점이 좋아서 그런지 환자들이 많아서 한동안 대기를 하면서 혈압과 키, 몸무게를 쟀다. 요즘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횟수가 많아져서 그런가 키가 줄었다. 아니면 허리가 조금씩 굽혀진다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내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을 들어갔고 의사 선생님은 매우 매우 친절하셨고 다정했다. 이래서 이 병원의 평점이 좋았구나 생각을 했다. 의사 선생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내가 이전에 검사했을 때의 간 수치가 150-180 정도 된다고 말씀을 드리니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셨다. 보통 그렇게 높은 수치가 나왔을 때는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안 해봤냐고 하시기에 초음파 권유는 받아본 적 없고 수치가 높으니 간장약 처방을 해주셨다고 말씀을 드리니 의아한 듯 고개를 계속 갸우뚱하셨다.


그렇게 검사가 끝나고 채혈을 하고 검사 결과가 빠르면 다음 날 바로 나온다고 했는데 나는 B, C형 간염 검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것까지 포함해서 검사를 해야 해서 늦으면 다음 주에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정말 다행히 다음 날 오후에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하길래 부랴부랴 방문해서 결과를 들으러 갔다. 최근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조절까지 하고 있던 터라 검사 결과가 기대되기도 했고 너무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 간 수치가 아니라 다른 쪽에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결과는 다행히(?)도 수치 상 정상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 생각으로는 간 수치가 150-180 사이라고 했는데 수치가 정상범위 안이라는 걸 보고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 결과에 가장 놀란 건 나 자신이었다. 과거에 간수치 처방받은 사진이 있어서 확인해 보니 간 수치가 100을 넘은 결과지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은 작년 초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간 수치가 세 자릿수여서 정상으로 돌아오진 않겠지, 아무리 술을 줄였어도 정상은 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정상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는 숫자였다. 너무 놀랬다. 검사 결과가 잘못됐을까?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받아봐야 하나? 100이 넘는 수치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놀랄 뿐이었다. 술을 줄이긴 했어도 매일 조금씩 마시긴 했는데 이렇게 정상으로 돌아왔을 줄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그동안 간장약을 꾸준히 먹기도 했고 술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보니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었지 않았을까라고 의사 선생님도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간은 항상 해독하기 위해 일을 하는데 이전에는 너무 많은 양의 알코올을 해독하니 버거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술을 어느 정도 줄이고 약까지 오랜 기간 먹었다 보니 간이 자체적으로 해독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서 정상 범위로 돌아온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워진 상태로 약을 처방받으러 갔다. 간장약은 특유의 간장 썩은 냄새가 있다. 일반적인 약을 처방받을 때 하나씩 꺼내서 먹는 약으로 처방받는 경우가 많은데 고덱스라는 간장약이 그 냄새가 특히 심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처방받고 약국에서 요청할 때 큰 통에 넣어서 달라고 하는 편인데 너무 오랜만에 처방받는 약이라 그런지 그걸 깜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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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포장되어 있는 방식이 약 냄새가 정말 진동을 한다. 역겨워서 먹지 못할 정도로 냄새가 심각한데 그걸 가져오는 직원을 보자마자 PTSD가 온 것처럼 급하게 이거 말고 큰 통에 담아주실 수 없냐고 했다. 그랬더니 왜 그러냐고 몇 번을 물어봤고 하나씩 개별포장 된 약에서 역한 냄새가 나서 먹지 못 할 정도라고 했더니 같은 고덱스인데 포장 방식에 따라 냄새가 다르다고 몇 번이나 나에게 물어봤고 나는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냄새가 고약하니 오른쪽처럼 큰 통에 담아달라고 했다. 나를 몇 번이나 의심스럽게 쳐다보고는 약사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하더니 오른쪽에 있는 가장 큰 통이 300개가 들어가는 통인데 처방받은 숫자만큼만 넣어드리겠다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두 달을 꼬박 먹어야 하는데 먹을 때마다 고통스럽게 먹지 않아도 됨에 정말 다행이었다.


결국 그렇게 간 수치 정상이라는 결과를 들어서 마음은 내심 기뻤지만 언제라도 다시 이렇게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마냥 기뻐하고 안심하고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할 수는 없다. 나도 이제는 어느 정도 몸을 걱정하고 건강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몸도 조심하고 술도 조금씩 점진적으로 줄여나갔으면 좋겠다.


간 수치가 정상이라니.. 말도 안 된다.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다시 받아봐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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