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말 솔직한 나의 마음은

by empty

엄마는 그렇게 집을 내어주고 주택연금을 받는걸로 마음을 정했고 그 절차가 모두 끝났다. 이제 엄마는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보다는 굉장히 낮아졌지만 대출을 모두 상환하고 난 금액만 받는 것이다보니 부담은 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방식을 상담을 하면서 안내를 하는 분 때문에 헷갈렸던 문제가 컸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마무리가 되었고 빠르면 8월 말, 늦으면 9월 초-중순부터 들어오는 연금으로 엄마는 살아가면 되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주택연금을 신청하면서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고 엄마를 설득하는 나도 너무 힘들었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모두 잔소리로만 듣고 가족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 듣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듣는 것에 진절머리가 났던 나로서는 끝난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고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으면서 살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


물론 아빠의 죽음으로 아빠 연금을 엄마가 대신 타서 사용하고 있고 거기다가 주택연금까지 받게 되면 1.5명이 사는 생활비로는 아쉬울 수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난 이후에 생각해보면 나는 아직 돈벌이를 못하고 나잇값을 못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집마저 사라지고 내가 살 수 있는 집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곤 한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해당 주택에 대한 연금을 받으면서 살면 되는 일이지만 그 이후는 정말 나는 나, 너는 너이기 때문에 각자도생을 해야한다는 말과 같았다. 물론 지금은 집이 있고 그늘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모아둔 돈으로 어느정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 집이 국가 소유가 되고 정말 땡전 한푼 받지 못하고 내쫓기게 된다면 나의 생활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하긴 하다. 물론 지금 엄마에게 모든 부담을 주고 싶다는 말은 아니지만 엄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이후에는 난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막막하다. 친누나는 결혼을 했고 어느정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의 있는 사람이라서 신경쓰지 않고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이겠지만 나는 정말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사진을 한다고 깝죽거리고 있지만 이게 언제나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내가 지금 하는걸로 빛을 발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서울 외곽에 있는 이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해해야지 어쩌겠나. 남아있는 가족들 모두가 엄마가 남은 여생을 일을 조금만이라도 하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에 나도 동의를 했지만 막상 피부로 다가오는 세상 물정과 거주지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해보면 앞으로 내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있긴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길거리를 걷다보면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종이박스를 고이 접고 접어 손수레에 담아 다니시는 분들과 노숙하시는 분들을 보면 내 미래처럼 보이는 것도 너무 괴롭고 끔찍하다. 나는 그런 것을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이 아니고 외면하고 싶지만 내 상황을 외면하기에는 내가 너무 잘못살아온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외면할 수도 없고 나중에 그런 미래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슬프기만 하다.


막말로 인기도 없는 주제로 쓰는 글과 풍경만 찍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솟아날 길이 있긴 한걸까 싶기도 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의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