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 같다. 내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예전보다 조금 더 많이 술을 줄이고 있고 예전보다 조금 더 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서울 아닌 곳을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뿐이다. 굉장히 많이 바뀐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도 않다.
가장 좋으면서도 속상한 건 술을 줄이게 되었다는 것인데 술을 줄여서 건강이 좋아짐과 동시에 술을 마시지 않아서 아쉬운 것도 있다. 물론 건강을 생각한다면 술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옳은 방법이고 나에게 최고의 선택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한번씩 아쉬울 때가 있다. 예전이었으면 날이 좋다고 낮부터 술을 마셔댔던 때도 있었고 날씨가 좋고 화창하다는 이유로 술을 매일 마셨던 적도 있었다. 내 의지로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봤지만 그 다짐을 끝까지 지킬 수 없어서 술을 꺼내서 마셨던 적도 많았다.
지금 술을 억지로, 매일같이 마시지 않게 된 것이 나에게는 얼마나 큰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분명 좋은 부분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냥 조금 아쉬울 뿐이다. 길을 걸어가면서 낮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한번씩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도 들고 인생을 정말 잘 즐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술을 마시게 되면 끝도 없이 마시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 때가 있어서 누군가가 나를 붙잡아주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확실히 많이 된다.
하지만 단지 그냥 아쉬울 뿐이다. 내가 즐겨보는 강나미 채널을 보면 부인인 이상화가 강남의 건강을 챙기려고 밥그릇도 빼앗고 콜라와 맥주, 술 같은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강제로 마시지 못하게 하거나 디저트를 가져가서 생크림이 전혀 없는 부분만 조금 주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마냥 좋아보이지는 않다고 생각을 했다.
건강은 항상 100%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몸에 좋은 것들만 먹는다고 해서 건강이 항상 최고의 상태가 아닐 수도 있고 몸에 좋지 않은 것들만 먹는다고 해서 컨디션이 아주 바닥으로 내리 꽂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나는 엄마와 누나처럼 크게 한번씩 아팠던 적이 없다. 치료 가능한 암에 걸렸다거나 류마티스나 나이가 들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찾아오는 병들이 아직까지는 나에게 오지 않았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인생 중에 가장 건강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나 혼자 생각하기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막는 것' 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뿐이지 기분이 나쁘고 마시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나의 건강을 생각해서 술 마시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냥 '속상'한 것 뿐이다. 그렇게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밟게 해주면 한동안 속상한 마음이 꽤나 오래 가기는 하지만 결국 마시지 않는 것이 마시는 것보다 좋다고 느낄 때가 더 많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난 내가 하고싶은 건 하고 살아야한다는 생각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누군가가 하지 말라그러면 더 하고싶은 짱구같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최근에 술을 마시지 않고 해장국을 온전히 술이 없는 상태로 정말 국밥을 위장에 쏟아부을 정도로 빠르게 먹어버렸던 적이 있었는데 술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그건 해장국이 나오기 전까지 항상 시키던 습관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 그렇게 먹으니 괜찮은 것 같기도 했지만 아주 조금 아쉬웠고 속상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무알콜 맥주라도 사서 먹고 잘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숙소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곳에 편의점들이 있었어서 들고가는 것이 귀찮았던 나머지 편의점을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
그렇게 과자나 음료수같은 군것질을 하나도 사지 않고 숙소에서 tv를 보다가 새벽 내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을 정도로 잠을 못잤다. 작은 뒤척임에도 쉽게 깼고 눈은 감고 있지만 뇌가 200% 활발하게 깨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확히 시간 계산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잤는지는 모르겠지만 체감 상 3시간 정도 잔 것 같고 그 3시간이라는 시간에 당도하기까지도 2시간 정도는 눈만 겨우 감은 상태로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잠을 못자니 숙소에서 집까지 돌아올 때도 몸이 앞으로 무너지듯 피곤함을 느꼈고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했고 핸드폰을 제대로 들고 있지도 못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오히려 피곤함이 사라져서 사진 편집을 하거나 이런 저런 일을 하기도 했었는데 그 순간도 집중해서 에너지를 빡! 쓰고 탈진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잠깐의 낮잠도 자지 않고 결국 오후 9시 전후부터 상태가 맛이 가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로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핸드폰을 하거나 데스크탑으로 틀어둔 유튜브 영상도 끄지도 못하고 방에 불도 켠 상태로 계속해서 기절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새벽 3시 즈음 깨서 다시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생체리듬이 완전히 박살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던 하루였다. 이제 이렇게 한번 크게 경험했으니 잠을 안자고 버틸 수 있는 나이는 지났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무조건적으로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먹지 않겠다! 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예전보다 많이 줄였으니 앞으로 조금씩 더 줄여간다는 생각으로 조절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이틀 내내 안자고 컴퓨터 앞에서 쪽잠만 자도 버텼던 나이였는데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어림도 없나보다. 잘 자고 잘 먹고 낮잠도 한번씩 자야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정도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조금 더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10월 전으로 피검사를 한번 더 해야하는데 결과가 어떨지 이제는 궁금해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