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여름은 싫은데 바람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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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과 다를 것 없는 하루가 밝았다. 다를 것 없는 기상을 했고 다를 것 없는 지하철을 타고 한 여름의 고통과 함께 출근을 했다. 나는 한 여름에도 반팔을 못 입기 때문에 긴팔을 입거나 반팔에 토시를 꼭 하고 다녀야 한다. 아마도 올해 겪는 알레르기 반응 중 가장 심한 것으로 보아 날씨가 정말 더워진 건지, 나의 몸 상태가 이상이 있어서 반응이 더 강하게 오는 건지는 모르겠다.


사람이 가득 들어찬 지하철을 버텨내고 지하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간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활보하고 다닐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스크를 2년이란 시간 동안 어떻게 아등바등 쓰고 다녔는지조차 모르겠다. 지하철 역에서 점점 멀어지고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은 강남구 일대를 누비며 회사로 출근을 했다. 점점 회사와 가까워질수록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해는 비추지만 바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안아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지는 바람이었다. 여름은 싫은데 바람은 좋다. 이럴 때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뙤약볕을 지나 출근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보상을 받는듯한 느낌이었다.


365일 1년 내내 바람이 불고 빌딩이 없는 평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온 서울 촌놈이라 시골의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복작복작하지 않고 조용하고 눈앞이 무언가에 가로막히지 않은 곳이 좋다. 하지만 화장실이 더러운 건 못 참는다. 뭔가, 현대적이지만 조용하고 시간의 흐름이 더딘 곳이 좋다. 이때까지 치열하게 살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서울이라는 곳에서 사는 것이 지친다. 항상 빌딩들과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누가 뺏어갈까 조마조마한 마음과 늘 날카로운 신경을 유지해야만 버틸 수 있는 서울이 난 싫다. 혹자는 꼭 서울에 집을 얻어서 서울에서 살고 성공할 거야!라는 마음이 있겠지만 난 모르겠다. 휴식 아닌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한적한 시골에서 성능 좋은 스피커를 두고 둠칫 둠칫 하면서 집안일도 하고 지인들도 불러서 식사도 하고 놀기도 하고 밤새도록 시끄럽게 놀고 마셔도 상관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서울은 너무 살기 각박하고 힘든 곳이다. 그만큼 편리하지만 그에 대한 지불도 상당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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