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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Apr 21. 2018

우리는 정동진 해돋이를 보려고 밤기차에 올랐다

film photograph










아름다운 겨울바다를 보았다.












지난겨울이었다. 처음으로 밤기차를 타보았다. 아침이나 오후에 타는 기차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풍경. 이건 단지 기차의 커다란 창문 바깥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차 안에는 버스에서 마주하는 이들과는 조금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흥미롭기도 하고 피로해지기도 한다. 그게 싫지는 않다. 오히려 좋아한달까. 이런 이유로 비슷한 조건이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서라도 기차를 타고 싶다.


언젠가 홀로 부산에 가기 위해 오른 기차에서 만난 노인이 떠오른다. 그는 내 옆 창가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얼마간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대화를 이어가던 중 노인은 내게 메모지를 달라고 하였다. 그는 힘없이 떨리는 가죽만 남은 손을 움직여 영어로 된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막힘 없이 써 내려가는 것을 보아 문장들을 통째로 외워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그 문장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낯선 이의 필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종이를, 나는 아직도 집안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다.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 분명한 이에게서 흘러나온 문장들. 문득 그것을 다시 꺼내어보고 싶어 진다.



그러나 이번엔 친구들과 함께였으므로, 기차 안에서 낯선 타인과 대화를 나눌 일은 없었다. 

나와 nh가 맨 뒤에 앉고 그 앞에 hj가 혼자 앉았다. hj의 옆자리엔 몇몇 사람들이 거쳐갔는데, 목적지인 정동진에 다다를 즈음엔 누구도 그녀의 곁에 앉지 않았다. 그때쯤에는 서있는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주변에 빈자리가 넘쳐났다. 

우리는 뒤늦게 의자를 돌리는 방법을 알게 되어 마주 보고 앉았다. 세 사람이 마주 보는 자세는 그다지 편치 않았다. 불편하게 뒤엉켜 다리를 포개거나 구부리고 있어야 했다. 꽤 우스운 모양을 한 채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우리 세 사람 중 누구도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의자를 제자리로 돌리려 하지 않았다. 

셋 다 위아래로 시커먼 옷을 입고 있었으니, 좀 기괴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에서부터 다섯 시간 정도를 달린 끝에 정동진에 도착했다.











우주선이 잠시 쉬었다 간 자국처럼 파여서는.














새까만 건 전부, 사람들


























정말 아름다웠던 해무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했다.











































발자국, 총총총




































































해가 떠오를 시간이야


분홍빛으로 세상이 물드는 곳.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그토록 제대로 바라본 건 거의 처음이었다.























정말 하염없이 바라만 봤다.

조금씩 고개를 내미는 붉은빛의 태양.

























더 붉은 빛깔로 물드는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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