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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Dec 30. 2018

바람, 비, 해, 매, 사슴이 머무르는 제주의 금오름

film photograph
















작년 제주에 방문했을 땐 오름에 가보지 못했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을 품고 제주의 오름으로 향하는 길.



















차에서 잠시 내렸을 때 시밀러룩을 입은 두 여자를 발견했다.


















금오름에 도착하였으나 날씨가 꽤 흐렸다. 

어쩐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


오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문득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만 말들이 천천히 네모난 땅 위를 거니는 모습이 보였다. 




















기초체력이 없어 오름으로 향하는 30여분이 내겐 고난이었지만

처음 마주한 제주 금오름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런 게 오름이구나! 황홀한 기분이었다.

황홀한 순간도 잠시, 올라서자마자 거센 바람을 마주했다. 제주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한 순간.


머리 위 공중에선 매 한 마리가 바람을 타고 있었다.

어딘가로 이동하지 않고서 그저 바람에 몸을 지탱한 채 하늘에 둥둥 떠있었다.

어쩌면 버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바람이 매우 강해서 몸이 절로 떨려왔지만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보였다. 

다시 돌아가야 할까? 조금만 더 걸어볼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비를 맞기로 했다.

바람을 타던 매도 떠나지 않고 여전히 오름 위에 머물고 있었다. 무얼 보고 있었을까.


비 오는 오름도 꽤 운치가 있었다. 운이 좋았는지 오름 아래로 내려가니 바람도 멎고 비도 그쳤다.

찰나였지만 해를 보기도 했다. 준비해온 작은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오름의 중심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까맣고 조그마한 사람들이 눈에 비쳤다. 어떤 이들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도 했다. 


오름을 지키던 두터운 점퍼를 걸친 사내, 산책을 나온 중년의 남자, 수녀와 동행한 두 여자,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달리던 부부,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던 연인, 오름 아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던 젊은 청년들...
















다시 봐도 황홀한 풍경이다.

















돌아가는 길엔 근처를 둘러보면서 천천히 걸었다.

여전히 흐린 날씨. 

모자이크처럼 연결된 땅들.








제주, 제주


























돌 사랑스러운 둘.






















돌아갈 때 보니 평상 위에 오름을 지키던 남자와 수녀, 그리고 한 여자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오름과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헤어지기 아쉬웠어, 오름.





















신비로운 돌들이 자꾸만 내 발걸음을 붙잡았다.

















오름을 뒤로하고 내려가던 중 사슴 두 마리를 만났다.

사슴들은 수풀 사이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을 바라보았다. 

몸에 새겨진 하얀 무늬가 우거진 이파리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옆에 있던 어느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주 가끔씩 이곳에 나타나곤 한다고.

 

사슴과 눈이 마주쳤던 것도 같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번도 시선이 맞닿은 적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제주의 일부를 분명히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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