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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라 Feb 05. 2019

가을 제주의 산굼부리는 억새와 산을 겹겹이 품고 있었다

film photograph












금능 해변을 지나는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차창을 내려보니 매운 재의 냄새가 났다. 어딘가에 불이 난 것이 틀림없었다.

해변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선착장에 묶여있던 한 척의 선박에 불이 난 모양이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얕은 해변에서 카이트서핑을 즐기던 서퍼들은 여전히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한쪽에선 불길이 솟고 그 속에서 기다랗고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라 바람에 날리고,

다른 쪽엔 선박을 까맣게 그을리며 집어삼키려는 그 바람을 타고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고도 무심한, 아니 조금은 무서운 풍경이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풍차를 보기 위해 멈춰 섰다. 

풍차를 돌리는 바람은 어디에서 왔을지.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에 가게 되면 꼭 들르고 싶었던 공간이다.

삭막하지만 정갈한 공간이었다. 

잠시 쉬고 싶은 기분이 들어 카페에 들어갔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 수면 위에 비친 미술관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다음번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마셨다.



전시를 관람하기도 하였는데 <소장품으로 본 제주의 숨결> 전에서는 강요배의 작품 1점 외에는 크게 와 닿는 작품이 없었다. 그 옆 작은 공간에 마련된 장리석 화백의 대표작을 모아둔 전시는 강렬함이 있었다. 그런 매력을 느꼈기에 장리석 화백의 작품이 담긴 도록을 한 권 구매하였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미술관 주변을 거닐었는데 발걸음을 떼기 아쉬웠다.








모두 떠난 자리























억새와 산을 겹겹이 품은 산굼부리













억새의 뒤에 맺힌 산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떼를 지어 날아다니던 검은 새들
















하얗게 죽은 이끼














































































검은 새의 무리

불길하다기보단

풍경과 날씨에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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