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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2 [,]

비워야 채우지

by 여백


제대로 된 연애 공백기가 찾아왔다.

9개월간의 연애 공백기를 갖게 되었다.


2014년, 신규 교사로 살기란 참 바쁘고 힘들었다.

외로울 틈도 없었고 하루하루 살아내기 버거웠다.

미친 듯이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이 시기에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무조건 헤어졌겠다.., '


그 해 12월,

처음으로 동갑인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

소개로 만난 그는 두 번째 만남 때 나를 위해 거금을 썼다.

내가 너무도 보고 싶어 했던 뮤지컬을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바래다주던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한 꽃다발과 함께 여자들의 로망인 초록 케이스 반지를 꺼냈고,

진지하게 만나고 싶다며 고백하였다.


그 사람과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났다.

언제부턴가 헤어지고 나면 이상하게 허무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니 의무감에 만나는 것 같았다.

난 바보같이 내 마음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말했다.

둘 사이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제야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 그는 내게 상처를 주며 카톡으로 이별 고했다.

싸우다 갑자기 헤어진 거라 화를 주체할 수 없었고,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겨우 한 시간 취침..

비몽사몽으로 출근했다.

정말 힘든 하루였지만 수업으로 위로받았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내 마음에 평안을 주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여러 번의 소개팅 이후, 같은 교사를 만나게 되었다.

첫날부터 말이 잘 통했다.

화통한 성격의 두 남녀가 만나 스파크가 일었다.

그는 다정하고, 재밌고, 설렜다.



사귄 지 일주일 만에

나와 내후년에 결혼할 거라고 친구들에게 떠벌리던 그.


고집이 세고 속이 좁았다.

친구도 많고 술담배를 좋아했다.

한 번의 이별 후 다시 만났다.


결혼한 사람 중에 좋은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제

결혼생각 자체가 사라졌다던 그.


통화 중 지금 몇 시냐는 질문에 "네가 시계 봐"라고 하던,

말을 예쁘게 하지 않는 사람과의 만남은 정말 힘들었다.

더 이상 끊어진 줄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1년을 앞두고 헤어지자고 했다.

처음엔 알겠다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듯하더니,

며칠 후 카톡과 문자로 다시 만나자고 애걸복걸했다.

난 당신이 이래서, 저래서,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진짜 싫다고 답할 뿐이었다.


얼마 뒤 또 교사를 만났다.

인생 첫 장기연애를 하며 행복하게 지냈다.

햇수로 4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는 만나서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 바로 나에게 전화했다.


나에게 물었다. 나 없이 살 수 있냐고.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다시 만났다.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니 마음이 점점 무뎌졌다.

우리는 결혼할 수 없었다. 아니 결혼하면 안 됐다.


그리고 3년의 연애 공백기가 찾아왔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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