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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3 [,]

비워야 채우지

by 여백



이제는 결혼할 사람을 만나야만 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멀쩡한 남자가 없었다.

썸만 타거나 다소 가벼운 만남들만 계속되었다.

3년의 공백기를 갖는 나를 보며 주변사람들이 신기해했다.



많이 비웠으니 이제는 채워야한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나의 기준은 하늘 저 꼭대기에 있었다.


조건에 거의 부합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35살에 드디어 연애를 시작했다.

그는 나보다 공백기가 더 길었다.

함께 채울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는 그를 초장에 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강한 남성이었다.

나와는 정반대의 순종적인 여성을 원했다.


사귄지 2주쯤 생각 없이 물어봤다.

"오빠는 내가 왜 좋아?"

"이쁘고 몸매 좋아서"

".......?"

나의 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자기 삶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이 힘들다던 그사람,

고작 15분 거리를 운전하는데 차가 막힌다며 핸들에 머리를 쳐박고, "차 막히는게 존나 싫다"던 그사람.

그와의 만남은 15일만에 종료되었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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