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우지
20년이 넘게 흐른, 정말 먼 옛이야기다.
중학교 때 고백을 많이 받았다. 아마 1년 간 10번은 받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그리 예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디서 매력을 느낀 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외모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3에서 고1로 올라갈 때 인생 첫 연애를 했다.
남자친구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는, 몸 좋고 운동 잘하고 리더십 있는 상남자였다.
그를 사귀면서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해졌다.
나는 화이트 데이날 그에게 이별 통보를 했고,
그는 나를 위해 산 사탕바구니를 모르는 집 앞에 두고 갔다. 방과 후 아르바이트에 밥도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산 사탕 바구니였다.
난 그의 친구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 찾아가 다시 만나자고 하였다.
한번 깨진 접시는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점점 무심해지는 내 모습에 머리가 복잡했던 그는, 나에게 전화로 이별 통보를 했다. 3개월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
헤어지고 시간이 흐른 뒤, 나의 친구를 통해 친해진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 오빠 너무 멋있던데, 나 사귀어도 돼?"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둘을 소개해 주었고 둘은 사귀게 되었다.
둘이 잘 만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본인의 친구를 소개해주었다. 사귀라고 소개해준 건 아니지만 아주 잘생긴 오빠였다.
난 그와 친구처럼 편하게 지냈고 또 그의 다른 친구와도 어울리며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즐겼다.
솔직히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자친구를 사귈 당시, 담임 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부른 적이 있다. 등수가 손가락 밖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도 결말은 아름다웠다.
사춘기와 연애로 잠시 휘청였던 내신 성적은 이별 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대학교 1학년,
두 번째 연애. 아니 제대로 된 첫 연애를 했다.
연하남과 알콩달콩 재밌게 만났다.
지면에는 적을 수 없지만, 만나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헤어지고 그는 나에게 찾아와 울먹거리며 무릎을 꿇다시피 했다.
그는 군대를 갔고, 면회도 두 번 정도 갔다.
난 사실 군대를 기다릴 생각도 없었고 오래 만날 것도 아니었는데,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만나게 되었다. 총 2년간의 만남 후 이별하였다.
그는 제대하기 전이었고, 난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대학교 3학년,
세 번째 연애를 했다.
복학생과의 연애는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한 달 정도 나를 지켜봤다고 했었다. 사랑으로 다가온 그 남자는 정말 다정했고 날 많이 좋아해 줬다.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처럼 행복하게 연애했다.
하지만 그는 성격이 정말 불같았다.
한 번은 헬스장에서 전여자친구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번호를 교환했다고 했다.
난 그의 핸드폰을 뺐어 그 번호를 지워버리려 했고, 우리 둘은 감정이 격해졌다. 싸우다 길바닥에서 각자 집으로 갔다.
300일이 되기 전 그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내가 매달렸던 탓일까, 아니면 충동적으로 헤어져서일까.
헤어지고 며칠 뒤 그는 나에게 연락했고 마음이 약해진 나는 몇 번을 다시 만났다.
그는 나를 세 번 찼다.
나와 헤어진 뒤 그는 우연한 계기로 다른 여자의 눈에 띄었고
여자의 적극적인 애정공세로 곧 그 여자를 만났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나의 존재를 아는 것인지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게 했다.
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며칠 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게 접근하였다. 알고 보니 그와 같은 과였다.
둘은 짧게 비밀 연애를 했다.
초반의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는 나의 섬세함과 예민함을 견디지 못했다.
그와 헤어진 뒤, 나는 남자를 다소 쉽게 만나게 되었다.
약 2,3개월간의 공백기간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멘탈 관리를 못하여 내 졸업 연주곡도 옥에 티가 생겼다.
그래 뭐, 인생이 마음처럼 쉽다면 인생이 아니지.
나는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그래도 소개팅, 헌팅, 도서관팅(?)등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은근히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네 번, 다섯 번의 짧디 짧은 연애가 끝났다.
졸업을 두 달 앞두고는 학생이 아닌 직장인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인과 고시생의 만남은 길게 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름 진지했다.
집안도 학벌도 직장도 모두 좋았던 그 남자가 8살 연상이라 두 달 만에 결혼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다양한 이유로 막판에는 정말 죽도록 싸웠다.
그의 예민함 때문이었을까, 지하철에서 통화를 하는데 노력해 보자는 그의 말에 이성을 잃고 "그 말은 결국 헤어지자는 거 아니야? 대체 뭘 원하는 거야!"라고 소리 질렀다.
결국 세 달 만에 이별했다.
좋지 않은 방법으로 헤어졌다.
나는 그에게 카톡으로 이별 통보를 했다.
상처를 받은 그는 나의 전화를 끝까지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에게 전화를 걸어 넌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착한 남자를 만났다.
잘생기고 다정했으며 목소리가 좋았다.
눈빛이 선한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내 이상형이 될 수 없었다.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미안한 사람이었다.
나는 나쁜 여자가 되었다.
"우리 헤어지자"
나의 짧디 짧은 카톡에 그는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약 1년의 만남 후 "우리 이제 헤어지는 거다?"라고 웃으며 헤어졌다.
임용고시에 낙방한 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어쩌다 보니 같은 고시생과 썸을 탔다.
살면서 처음으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안정적으로 만날 순 없었다.
그와는 남자친구인 듯 아닌 듯 연인처럼 만났다.
그리고 합격 발표가 나면서 둘의 만남은 자연스레 종료되었다.
나는 최종 합격,
그는 1차 불합격.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