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채우지
여행이 끝났다.
둘 사이에 흐르는 부정적 기운은 여행이 끝나고도 계속되었다.
다음 날, 카톡으로 일상 대화를 나누는데 마음이 불편했다.
집 오는 길에 대체 왜 말이 없었냐고 물으니, KTX에서 말을 많이 하지 말고 조용히 가라던 내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말을 아꼈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이건 뭐 초등학생도 아니고..'
그냥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데이트는 계속하는데 아직 스파크가 일어나지 않는다" 던 나의 말을 되새기며 둘의 사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장문의 카톡을 계속 보냈다.
순간 숨이 막혔다.
칭찬을 잘해주지 않는 모습, 말을 하지 말라는 모습 등등
나에게 서운한 것들을 쏟아냈다.
"네. 할 말이 없네요.. 다 제 잘못이에요."
남녀가 뒤바뀐 것 같았다. 남자들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말했다.
"그래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을 하면 좋아지지 않을까요?"
나는 말했다.
"아니요. 안될 것 같아요. 그리고 집 오는 길에 내내 토라져있던 모습, 기분을 풀어보려 해도 끝까지 앞만 보던 모습에 많이 실망했어요. 전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장문이던 그의 카톡은 점점 단문이 되어갔다.
나는 '미안하다.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두어 번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표를 찍는 나의 카톡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30여 일의 관계가 종료되었음을 확신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은 이별 여행이 되었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