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이 자라고 있어요.
새벽에, 어디선가, 땅 밑에서, 그 무엇인가가 또 움직였나 보다. 이곳 산 꼭대기까지 그 여파가 전해져 내 침대가 한 번 ‘위잉’ 하고 움직였다. 몸을 일으켜 둘러보니 고양이 둘이 내 발 밑에서 자고 있다.
“어 그래, 괜찮은 거야?” 다시 누워 눈을 감는다.
서서히 의식이 빠져나감을 느낀다. 의식하는 의식과 의식하지 못하는 의식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명상의 시간이자 쓸모없는 생각과 쓸모있는 생각이 정리되는 시간이다.
이때 나는 신선한 생각을 해 내기도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오늘, 이 시간에도, 갤러리 운영 관련 몇 가지 생각을 해내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리와 허리 부분에 무게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눈을 뜨고 보니 아침 8시가 넘었다.
고양이 2 마리는 내 몸을 베게삼아 그리고 2 마리는 바닥위에 놓인 방석위에서 자고 있다.
이 시간까지? 모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나의 기척임에 그들도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한다. 침대를 벗어나 나도 기지개를 크게 켜고
엉덩이를 좌우로 실룩실룩하며 큰소리로 고양이들에게 “굿모닝, 굿모닝” 하였다.
멀뚱하게 나를 바라보는 고양이들, 다시 큰소리로 “굿모닝 카이, 굿모닝 하나, 굿모닝 씨엘로, 굿모닝 산이” 하며 엉덩이를 또 실룩거렸다. 내 하는 짓에 웃지 않을 수 없다.
"내 하는 짓이 이렇지" 큰 소리로 웃는다.
아침 커피를 준비하는 중 내게 특별한 분으로부터 내가 글을 편안하게 잘 쓴다는 말씀을 들었다. 엉덩이는 또 ‘실룩실룩'. 어제부터 무 씨를 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그분의 무 밭 사진을 보내주셨다. 역시 주파수가 맞아. ‘실룩실룩’. 오늘 내 엉덩이가 몇 번이나 실룩거리는지 횟수를 세어봐야겠다.
자, 오늘은 나의 특별 히지 않는 그러나 특별한 작은 텃밭 이야기를 덧붙인다.
일 년 어느 때고 씨를 뿌리면 싹이 나오는 곳이 이곳 빌카밤바이다.
하지만 바람이 잦은 7, 8, 9월은 싹은 나오지만 잘 자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악착같이 기를 쓰며 자라는 것은 자라지만 풍성하지는 않다. 아루굴라가 그렇고 상추가 그렇고 당근이 그렇다.
물론 이 아등바등 자란 작은 이파리를 나는 감사히 먹는다.
나의 텃밭 농사는 일년내내 이어지지만 특히 9월 말 정도부터 시작해서 5월 말 정도까지는 주요 농사기간이다. 이 기간에 약 2주일 간격으로 채소 씨를 뿌린다. 11월 말 정도가 되면 채소 잎들이 따 먹을 만큼 자라고 5월까지 먹거리가 계속 나온다. 5월 이후부터는 씨를 받는 기간이다. 씨 받는 게 끝나면 텃밭은 휴식기에 들어간다.
슈퍼푸드라고 엄청 인기 있는 치아씨앗이다. 치아씨앗은 단백질, 오메가 3, 칼슘, 마그네슘, 철분, 그리고 화이버까지 영양성분이 슈퍼 풍부하단다. 이 엄청난 슈퍼푸드가 이곳에선 잡초처럼 잘 자라 무지 행복하다. 깨알같이 작은 씨이지만 물에 넣으면 끈적끈적 부풀어 오른다. 물병에 치아씨앗 한 스푼과 라임 하나 짜 넣어 마신다. 그리고 오메가 3을 활성화시켜 섭취하기 위해 그라인더에 살짝 갈아 가끔 아침에 먹는 오트밀이나 샐러드에 넣어 먹는다.
먹거리가 '없어 없어' 하지만 들여다보면 또 이렇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