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휴가 中
어제의 이른 오후, 찹쌀떡 군은 아윤이를 데리고 안산 집에 갔습니다. 몸과 마음에 감기가 걸린 엄마를 위한 아빠의 배려입니다. 물론 그역시도 심한 코감기에 걸린 탓에 아가를 잘 돌볼 수 없어 내린 결정이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저는 달콤한 3박 4일의 휴가를 받았습니다.
생각해봅니다.
뭘 할까.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방과 거실 바닥을 뎅굴거리는 게 보약이겠지만 정 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맘껏, 실컷, 있는 대로 하고픈 일들을 하기로요.
뭐 그래 봤자 집 앞의 나즈막한 산 오르기, 때가 탄 냄비 과탄산소다로 씻기, 보물 상자(프랑스 자수 등 잡동사니함) 정리하기, 자수 놓기, 쌓인 분리수거 버리기, 헬스와 수영 실컷 하기, 친구에게 택배 보내기 같은 일상적인 일이지만요.
결국 그런 것 같습니다.
꾹꾹 참던 하고픈 일들은 휘황찬란한 새로운 일이기보다 늘 하던 일이에요.
어젯밤, 아가가 없는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했습니다.
그래도 어림없더군요.
고 작은 생명의 존재감은 어두운 방 촛불과도 같습니다. 작은 몸이 방을 넘어 집 전체를 가득 채우니까요.
찰스 부코스키의 시 몇 문장이 떠오릅니다.
there is a light somewhere.
it may not be much light but it beats the darkness.
(어딘가에 빛이 있다.
강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것은 어둠을 이긴다.)
적막히 깔린 밤이 오래된 공허를 부릅니다.
어둠을 밀어내던 빛의 부재는 어둠을 다시 부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즈음 밤엔 우리 집 빛인 아윤이의 살진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자곤 했습니다. 사실 전 서른이 훌쩍 넘고서도 무서운 꿈을 꾸거나 왠지 공허한 밤이면 엄마가 자는 방에 들어가 엄마의 손에 내 손을 갖다 대고 잠에 들곤 했습니다. 고요한 밤 엄마가 주던 위안을 이젠 내 딸이 주는 셈이지요.
아쉬운 대로 잠옷의 어깻죽지 냄새를 맡아봅니다. 항상 이쪽엔 아가의 냄새가 살짝 배어 있거든요.
역시나 아가의 침과 살짝의 토 냄새가 납니다.
싱긋, 안심이 됩니다.
고양이 모래 청소를 마지막으로 대충의 집안 정리를 끝내고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식탁의자에 앉습니다.
맥주를 사 올 걸 그랬나, 후회가 되어요. 그 말에 찹쌀떡 군은 집에 와인이 조금 남아있지 않냐고 문자 합니다. 아하. 그 자리에서 꼴꼴꼴 작은 유리컵 반을 붉은빛으로 채웁니다. 그가 다시 문자 합니다.
"방학이군."
“아니야. 이건 휴가야.”
쓸데없이 단호합니다.
휴가이긴 하지만 방학은 아닙니다. 세상에 이렇게 짧은 방학은 없어요. 아이들 봄방학도 일주일은 훌쩍 넘습니다. 맞습니다. 전 가끔 객쩍은 걸 걸고넘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재밌거든요.
물론 방학 동안, 그 정도의 시간 동안 혼자 있고 싶단 얘긴 아니에요. 그럼 상사병에 걸릴지도 모르니까요.
조용한 정월대보름 달밤입니다.
저는 일어나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푹 자도록 하겠습니다. 내일도 모두들 하루에 작은 휴식을 틈틈이 넣으시길 바라며, 좋은 잠에 들기를 바랍니다. 어딘가에 있을 빛을 떠올리시길 바랍니다.
Bonne nuit
おやす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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